미군 증파, 이란 석유생명선 겨누나

2026-03-27 13:00:19 게재

케슘섬·하르그섬·핵물질 확보, 세 가지 시나리오…말은 협상, 손은 방아쇠 줄타기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제2여단전투단 소속 낙하산부대원들이 2025년 3월 23일 루이지애나주 포트 존슨에서 열린 합동준비태세훈련 회차 25-05 기간 중 실사격 훈련 최종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 미 육군 홈페이지
26일(현지시간) 오후 4시 11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를 4월 6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까지 열흘 중지한다.” 닷새 유예 시한 만료 하루 전에 다시 연장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이란은 합의를 갈구하고 있다”며 이란의 절박한 처지를 강조하는 한편, 석유 통제권 장악 가능성까지 꺼내 들며 합의를 압박했다. 으름장과 유예를 동시에 구사하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술이었다.

미국은 이미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위해 중동에 정예 병력 수천명을 증파하고 있다. 이번 주말도 불안한 시선이 중동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전쟁부가 보내는 전력은 82공수사단 약 3000명과 해병 원정대 2개 부대이다.

그런데 CNBC는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바로 그 ‘작은 숫자’에서 미국의 의도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역을 뒤흔들 대규모 지상전이 아니라, 특정 목표물을 빠르게 낚아채는 제한적 작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퇴역 육군 중령 대니얼 데이비스는 실제 투입 전투 병력을 4000~5000명으로 추산하며 “작은 목표물을 한정된 기간 장악하기에 딱 맞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82공수사단은 선봉 전력일 뿐, 더 큰 병력이 뒤따르기 전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장기전 준비에는 수개월이 걸리는데 그런 징후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만 밝혔다.

데이비스 예비역 중령이 꼽은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번째는 케슘섬 장악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말굽형 수로 안쪽에 자리한 케슘섬은 페르시아만 최대 섬이자 전략적 요충지다. 섬 지하 터널에는 대함 미사일과 기뢰, 드론, 공격용 선박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으로선 이란이 이 섬을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장악 목표물로 거론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하르그섬 점령이다.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경유하는 ‘석유 생명선’으로, 타격 효과는 크지만 확전 위험도 그만큼 크다.

퇴역 해군 중장이자 미 해군 5함대 사령관 출신인 케빈 도네건은 “임무 수행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작전이 얼마나 걸리느냐,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얼마나 빨리 정상화할 수 있느냐”라고 짚었다.

셋째는 이란이 보유한 400㎏ 이상의 핵 재처리 물질을 급습해 확보하는 것이다. 핵 확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현 병력으로는 실행이 가장 어렵다는 평가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루벤 스튜어트는 “이번 전력에는 장기전에 필수적인 중무장 기갑부대, 보급 능력, 지휘 체계가 명백하게 빠져 있다”며 “신속하고 선별적인 행동은 가능하지만 장기간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병력 파견의 본질은 협상 테이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쥐는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백악관은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협상 사실 자체를 거듭 부인하고 있다. 이란 국회의장 갈리바프는 “적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 중이며, 선을 넘는다면 핵심 인프라에 끊임없는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말은 협상, 손은 방아쇠. 총구와 협상 테이블이 동시에 가동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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