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환경과학 이야기
박쥐처럼 짙은 안개나 암흑도 뚫는 ‘초음파 드론’
레이저 무용지물 재난 현장 활용
전력소비 적고 비용 절감 기대도
짙은 안개 속이나 재난 현장에서 박쥐처럼 초음파로 장애물을 피하며 날아다니는 소형 드론이 개발됐다. 박쥐에서 영감을 얻은 이 생태모방 기술은 카메라나 레이저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탐색이나 구조 활동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 절감 효과도 있다.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의 논문 ‘손바닥 크기 공중 로봇의 시각적 저하 환경 항법을 위한 밀리와트 초음파’에 따르면, 손바닥 크기(160mm) 쿼드로터 드론에 저전력 초음파 센서를 탑재해 안개·눈·암흑·투명 장애물 등 시계 불량 환경에서 자율 항법에 성공했다.
미국 우스터공대(WPI)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은 딥러닝 기반 신호처리 신경망 ‘사란가(Saranga)’와 1.2mW의 초음파 센서 2개다. 기존 상용 자율 드론이 센싱에만 20W 이상을 소비하는 것과 달리, 이 시스템의의 센싱 소비전력은 1.2mW에 불과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사란가는 초음파 센서가 받은 신호에서 잡읍을 걸러내고 장애물 위치를 찾아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사란가는 힌두 신화 속 비슈누 신의 활 이름에서 따왔다. 비수뉴 신의 활은 모든 것을 뚫고 지나간다.
연구팀은 초음파 센서의 전력 소비가 레이더(RADAR) 등 비교 센서 대비 약 2833배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제작 비용도 약 400달러로 기존 상용 드론(5500~1만5000달러)의 1/14~1/37 수준이다.
연구팀은 2가지 기술로 초음파의 고질적 약점인 낮은 신호 대 잡음비(-4.9dB) 문제를 극복했다. 우선, 프로펠러와 센서 사이에 차폐판을 설치해 프로펠러가 유발하는 초음파 잡음을 물리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잡음에 묻힌 에코 신호에서 장애물 위치를 추출하는 딥러닝 기반 디노이징 신경망 사란가를 개발해 탑재했다. 이 신경망은 실제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합성한 데이터에 실제 프로펠러 소음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훈련됐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조도 0.2룩스의 거의 완전한 암흑 환경에서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가 무력화되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성공률 90%를 보였다. 투명 플라스틱 필름(두께 0.02mm)처럼 레이더 조차 탐지하지 못하는 장애물도 초음파로 감지해 회피했다. 실외 숲속 비행에서도 최대 90.9%의 성공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가는 나뭇가지처럼 반사 신호가 약한 장애물은 한계가 있었다. 이들 장애물의 경우 40cm 이내에 접근해야 탐지돼 회피 반응 시간이 부족했다. △바람에 의한 드리프트 △수동 파라미터 조정의 필요성 △주변 장애물 지도를 구성하지 못하는 반응형 회피 방식의 한계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논문에서는 “재난 현장에서 몇 초의 비행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며 “향후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초소형 연구용 드론(Crazyflie급)에 적용해 전력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