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서도 제동…배넌·게이츠, 지상전 반대
CPAC서 “지상군 투입 위험”
공화당 내부 균열·갈등 확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중동 전쟁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스티브 배넌과 대표적 충성파로 꼽히는 맷 게이츠가 나란히 지상군 투입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공화당 내부 균열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2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텍사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중동 전쟁이 “이제 시작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배넌은 특히 미군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잠재적으로 미군 전투 병력이 투입될 수 있는 직전 상황”이라며 “당신의 아들, 딸, 손자, 손녀가 하르그섬이나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에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집중된 핵심 거점으로, 이를 장악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전쟁 확전의 상징적 분기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 역시 해당 작전은 인명 피해 확대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행사에서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 창업자 에릭 프린스도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전쟁이 평화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행정부의 낙관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열 경우, 몇 주 안에 불타는 미군 함정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도 전쟁 확대에 대한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된 셈이다.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 역시 같은 CPAC 무대에서 지상군 투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힐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 대한 지상 침공은 미국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휘발유 가격과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우리가 제거하는 테러리스트보다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외교적 해법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외교적 수단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도 군사적 확전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은 공화당 내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을 반영한다. 더힐은 일부 강경 보수 진영이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 압력에 밀려 기존 비개입주의 노선을 이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내부에서도 군사 개입을 둘러싼 균열이 뚜렷해지면서, 중동 전쟁이 단기 충돌을 넘어 장기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