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 탈루 다주택 임대업자 정조준

2026-03-31 13:00:03 게재

15개 업자 탈루혐의 2800억원

국세청은 대규모 탈루 혐의가 있는 다주택·기업형 임대업자와 분양업체를 대상으로 전격 세무조사에 나섰다.

30일 국세청은 임대수입을 탈루하고 사적 경비를 부당하게 신고한 다주택 임대업자와 허위 광고로 폭리를 취한 아파트 건설업체 등 총 15개 대상자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약 2800억원의 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혐의분석을 통해 이 같은 탈루 혐의를 포착했으며 세무조사를 통해 정확한 탈세 규모를 확인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은 △서울 아파트 5호 이상 보유 임대업자(7개) △100호 이상 보유 기업형 임대업자(5개) △허위 광고 후 고가 분양한 업체(3개) 등이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는 총 3141호로 공시가격 합계만 9558억원에 이르며, 이 중 강남 3구와 한강벨트 내 물량은 324호(공시가 1595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이 밝힌 주요 탈루 혐의 사례를 보면, 임대업자들의 변칙적인 세부담 회피 수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주요 지역에 고가 아파트 8호를 보유한 임대업자 A씨는 세입자들에게 받은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사업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자금 대여에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을 전혀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주택임대 법인을 설립해 사주 일가의 해외여행 경비와 명품 구입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지출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다. 또한, 이미 취득원가에 포함된 인테리어 공사비를 수선비로 중복 계상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조직적으로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 아파트 200여 호를 보유한 대규모 임대사업자 B씨는 세금계산서 발행이 필요 없는 일반 개인 임차인과의 거래라는 점을 악용했다. B씨는 약 40여 호에 달하는 임대 수입을 장부에서 누락시켜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 아울러 보유 중인 아파트를 본인 회사 직원들에게 양도하면서 제3자와의 정상적인 거래인 것처럼 꾸몄으나, 실제로는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과소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파트 건설업체인 C사는 ‘할인 분양’을 내세워 입주자를 모집한 뒤,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약속과 달리 고가에 분양을 진행해 폭리를 취했다. 이렇게 확보한 수익금은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건설 용역을 몰아주거나 지급보증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편법 증여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한, 회사의 공금으로 사주 일가의 개인 별장을 짓거나 슈퍼카 8대의 구입비와 유지비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으며, 일하지 않는 가족에게 가공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법인 자금을 사금고처럼 유용하다 적발됐다.

주택임대업자들은 요건을 갖출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합산 배제 등 강력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 국세청은 이러한 혜택을 누리면서도 의무는 다하지 않는 ‘체리 피킹(신속한 이익 취득)’식 탈세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다양한 세제 혜택으로 세금 경감을 받으면서도 변칙적인 방법으로 세 부담을 회피해 탈세한 다주택 임대업자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 임대업자라고 해서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고, 다주택 임대업자가 여러 세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에 따르는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안들을 혐의 분석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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