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쇼크’ 정면돌파…26.2조 추경으로 민생·경제 방파제

2026-03-31 13:00:03 게재

소득하위 70% 국민 3580만명에 최대 60만원 ‘고유가 지원금’ 지급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로 재원 마련… 성장률 0.2%p 제고 목표

정부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쇼크’로부터 민생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이자, 올해 신설된 기획예산처의 첫 작품이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추경안을 의결하고, 신속한 재정투입을 통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경제 제방’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3대 중점분야에 26.2조 투입 = 이번 추경의 공식 명칭은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이다. 정부는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대 분야를 핵심 축으로 삼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총 4조8000억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의 현금성 지원금을 지급한다. 소득 수준과 거주 지역(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 우대)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최대 6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약 40%에 달하는 대규모 현금 살포다. 중산층까지 범위를 넓혀 실질소득 감소를 보전하겠다는 취지다.

에너지 비용 경감에도 5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한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최대 30%p 상향한다. 농어민과 영세 화물선주를 위한 유가연동보조금 및 비료·사료 구매 지원도 확대된다.

◆반도체·증시 호조가 만든 ‘착한 추경’ = 정부는 이번 추경의 재원을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전액 ‘초과세수’와 기금 자체 재원으로 조달한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주식시장 활성화로 인한 증권거래세 등 총 25조2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초과세수 중 1조원을 국채 상환에 사용해 재정 건전성 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본예산(3.9%) 대비 3.8%로 0.1%p 개선된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51.6%에서 50.6%로 1.0%p 낮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우리 경제에 거대한 위기의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 파도가 국민에게 미치기 전에 추경이라는 견고한 제방을 쌓아 경기 회복의 불씨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실질 GDP 성장률을 약 0.2%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랏돈 대수술’ 병행 = 정부의 2026년 추경안은 ‘물가 자극’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교한 재원 조달과 지출 구조조정 전략을 채택했다. 빚을 내서 돈을 푸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 성장의 과실인 초과 세수를 적재적소에 재배분하는 ‘세입 경정’ 중심의 추경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추경 재원의 핵심은 25조2000억 원에 달하는 세입 경정이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실적 호조를 반영해 법인세 추계치를 기존보다 14조8000억원 상향 조정했다. 또 국내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에서만 10조3000억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했다.

반면 민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류세 및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연장으로 인해 교통세(-3.4조 원) 등 일부 세목은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견조한 증가세가 이를 상쇄하며 국채 발행 없는 ‘7번째 초과세수 추경’ 사례를 만들었다.

정부는 단순히 남는 돈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본예산에 편성된 사업 중 집행이 부진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깎아 추경 재원에 보태는 ‘지출 구조조정’의 기조를 유지했다. 기획예산처는 모든 재정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효율성이 낮은 재량 지출을 억제하고 이를 중동전쟁 대응 등 긴급한 민생 현안으로 전환했다.

특히 이번 추경에서 확보된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은 부처별 여유 자금을 긁어모은 결과다. 이는 재정의 칸막이를 허물어 가용 자원을 극대화하겠다는 박홍근 장관의 실용적 재정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재정 9.7조 보강 = 국세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법정 연동 비율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9조4000억원이 증액된다. 정부는 이 재원이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이 아닌, 추경의 본래 목적인 고유가 위기 극복과 지역 민생 안정에 쓰일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와 교육부를 통해 강력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조용범 예산실장은 “보수적인 세수 전망을 기초로 추경을 편성해 향후 세수 결손 우려를 최소화했다”며 “국채 발행 없이 재정 승수가 높은 민생 지원에 집중함으로써 물가 자극은 줄이고 경기 부양 효과는 극대화하는 구조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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