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전쟁 전 방산ETF 투자 시도

2026-03-31 13:00:03 게재

이란 공습 앞두고 블랙록에 수백만달러 투자 타진 … 이해충돌 의혹 확산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 전쟁 직전 방산 기업 투자에 나서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31일 보도에 따르면,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를 대신한 모건스탠리 자산관리 담당자는 지난 2월 블랙록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방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타진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개시하기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해당 ETF는 블랙록의 ‘디펜스 인더스트리얼 액티브 ETF’로, 지정학적 갈등 심화와 각국 국방비 증가 수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방산기업 RTX,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그리고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 투자 시도는 실제 집행되지는 않았다. 해당 ETF가 당시 모건스탠리 고객에게는 아직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FT는 “이 접근이 실행되지 않으면서 단기 손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ETF는 최근 한 달간 약 13% 하락하며 중동 전쟁 국면에서 오히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문제는 시점이다. 헤그세스는 이란 공격의 주요 설계자 중 한 명이자 강경한 군사 행동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직전 방산 투자 시도가 있었다는 점은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 전쟁부는 FT 보도는 오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과 맞물려 원유 선물 시장에서도 ‘이례적 거래’가 포착되며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언급하며 군사 행동을 유예한다는 글을 게시하기 약 15분 전, 원유 시장에서 약 5억8000만달러 규모, 우리 돈 약 8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선물 매도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해당 거래는 뉴욕 시간 기준 오전 6시49분부터 6시50분 사이 약 6200건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계약으로 이뤄졌으며, 특히 6시50분 직전 27초 사이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평소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며칠 동안 테헤란과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밝히자 국제 유가는 급락했고, 주식 시장은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시점상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전략가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게시글 직전 공격적으로 선물을 매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거래가 특별한 이벤트 없이 나온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단정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중동 전쟁 국면에서 정보 비대칭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에너지애스펙츠의 파생상품 책임자 팀 스키로는 “해당 거래량은 평소보다 크지만 과도하게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방산 ETF 투자 시도와 원유 선물 거래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며, 정책 결정과 금융시장 간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동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은 정책 발언 하나에도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정보 접근 격차가 곧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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