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샷 목표 7
염증 관리로 건강수명-평균수명 격차 최소화…2040년 목표 설정
일본 정부, 세계 최초 대규모 혁신적 연구개발 시도
목표 실패해도 많은 과학적 데이터 및 자산 얻을 것
일본 의료료연구개발기구(AMED)의 ‘문샷 목표 7’이 주목받고 있다. 건강에 대한 걱정없이 100세까지 살아가는 사회 실현을 위해 혁신적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3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년 ‘문샷형 연구개발 제도’를 출범시켰다. 문샷은 1961년 미국 케네디대통령이 10년 내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한 아폴로 계획에서 유래한다. 실패를 허용하는 고수익-고위험 투자다.
일본 정부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령사회를 질주하고 있으면서도 건강수명과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장수는 하지만 오랫동안 병든 기간을 보내는 것이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수명은 남성 81.05세, 여성 87.09세이다. 반면 건강수면은 남성 72.57세, 여성 75.45세로 남성 8.49년, 여성 11.69년이라는 그 격차가 심하다. ‘불건강 기간’으로 정의된 이 시기에는 개인은 만성질환, 장애, 돌봄 의존 상태로 살아가고 국가사회는 의료비 급증, 돌봄인력 부족, 생산인구 감소와 같은 복합적 사회 위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샷프로그램은 일본 과학기술정책의 최상위 체계인 제6기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2040년까지 건강수명과 평균수명 최대 근접 시도 = ‘문샷 목표 7’은 2040년 목표 연도가 설정돼 있다. 이는 2040년 최대 고령인구 도달 시점이라는 인구학적 타임라인과 직접 연동된다. 그리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라는 보편적 인간 욕구에 직접 호소한다. 방법으로는 예방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을 강조한다. 단순 질병치료가 아닌 노화 과정 자체를 제어하려는 시도가 담겨있다.
‘문샷 목표 7’는 히라노 도시오 오사카대 교수가 프로그램 책임을 맡았다. 그는 세계적 면역학자로 인터루킨-6(IL-6)를 발견하고 만성염증성 질환과 연관성을 규명한 선구자다. ‘문샷 목표 7’는 2040년까지 주요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돌봄·의료체계를 실현해 건강 걱정없이 100세까지 삶을 즐길 수 있는 사회 실현을 선언했다.
노인성 질환을 완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들 질환의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해 영향을 최소화한다. 인구고령화에도 의료·돌봄 비용과 인력 수요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유지한다.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과 웰빙을 강조한다. 건강수명을 평균수명에 최대한 근접시켜 질병과 장애의 기간을 생애말기 짧은 기간으로 압축하자는 접근인 셈이다. 이러한 정책 목표로 채택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국가연구개발 프로그램이다.
◆일상에서 스스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실현 = ‘문샷 목표 7’의 핵심은 예방의 일상화와 건강관리의 자기 주도성 확립이다. 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를 스스로 선택·실천하는 능동적 주체가 되도록 한다.
면역체계 조절 기술은 만성염증 제어의 핵심이 된다. 면역계는 외부 병원체를 방어하지만 과잉 반응 시 자가면역질환을, 만성 활성화 시 노화 촉진과 암 발생을 초래한다. 수면 제어 기술은 가장 혁신적인 접근법 중 하나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의 노폐물 제거, 기억 공고화, 면역 조절, 호르몬 균형 유지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의료 접근성을 높여 의료 공급 모델을 바꾼다. 의료를 받으러 의료기관으로 가는 것에서 생활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가정 기반 진단과 치료 장비 개발은 이 전환의 핵심 사안이다. 노화나 질병으로 인한 기능 저하가 발생하더라도 신체적 부담 없이 회복하고 원하는 삶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생체 조절 시스템 정상화는 노화로 인한 항상성 붕괴를 복원한다.
◆만성염증 제어가 핵심 주제 = ‘문샷 목표 7’의 11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통합 주제는 ‘만성염증 제어’다. 노화는 △세포 손상 누적 △노화세포 축적 △면역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노화세포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단백분해효소-성정인자를 분비한다. 이를 노화관련 분비표현형(SASP)라고 하는데 주변 정상세포를 손상시키고 만성염증을 유발한다. 이는 다시 노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히라노 교수는 1986년 B세포 분화인자의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복제하는 성공했다. 이를 인터루킨-6로 이름지었다. 인터루킨-6의 과잉 생산이 류마티스관절염 캐슬만병 전신홍반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의 핵심 기전임을 밝혔다. 이 발견으로 토실리주맙이라는 인터루킨-6 수용체 차단 항체 개발로 이어졌고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혁명을 가져왔다.
2030년 중간평가가 이뤄진다. 2030년까지 예상되는 과학기술적 성과는 △미토콘트리아 기능 평가 센서의 상용화 △노화세포 제거 임상시험 프로젝트 2 완료 및 초기 효능 입증 △게이트웨이 반사 기전의 완전 규명 및 뉴로모듈레이션 포로토타입 개발 △수면 최적화 AI시스템 대규모 실증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개인 맞춤 식이프로그램 출시 △암 면역 최적화 프로그램의 임상 효과 검증 △치매 리스크 예측 알고리즘 정확도 80% 이상 달성 등이 포함된다.
박민영 등 보산진 K-헬스미래추진단 연구진은 “일본의 2040년까지 ‘건강수명과 평균 수명 격차 제로화’라는 도전적 목표가 비록 완전 달성이 어려울지라도 그 여정에서 확보될 과학적 데이터와 기술적 돌파구는 국내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산진 연구진은 일본의 문샷 접근법의 핵심인 ‘실패 허용’ ‘포토폴리오 관리’ 등은 불확실성 속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사회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봤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지만 성공 시 임팩트가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다양한 경로를 동시에 탐색하며 실패로부터 배우고 유망한 방향에 자원을 집중하는 과학기술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