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속 미 셰일업계 ‘증산 신중론’

2026-03-31 13:00:24 게재

NYT “전쟁 지속 기간과 확산 여부 예측 못해”

한국, 산업부·기후부로 나뉘어 종합대응 한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셰일업계는 증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27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CERAWeek) 현장에서 주요 에너지기업 경영진과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탐문한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섣부른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 경계 =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석유·가스 기업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음에도 신규 시추나 생산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소 독립 셰일업체부터 대형 메이저 기업까지 공통적으로 “고유가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증산은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고유가 시기에 나타났던 ‘셰일 증산에 따른 가격 안정’ 메커니즘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한다. 중동의 원유·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때 미국은 시추부터 생산까지의 리드타임이 짧아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퍼미안 분지를 중심으로 원유와 셰일가스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생산량 확대를 전망한 바 있으나 이는 중동전쟁 발발 전의 예측이다.

현재 셰일업계는 유가 수준이 실제 공급 차질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섣부른 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쟁의 지속 기간과 확산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셰브런과 셸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재 원유 선물시장이 실제 물리적 거래의 혼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려한다”며 “특히 항공유와 경유 등 제품 시장의 교란 상황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셰일업계, 성장보다 수익 우선 = 아울러 셰일업계의 전략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생산 확대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과 재무 안정성 확보를 우선하는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단기 유가 상승에 즉각 대응하지 않는 구조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카타르 에너지 시설 타격 이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LNG 가격 상승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시장 확대 여부는 전쟁의 장기화 수준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면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공급 대응력이 제한된 구조적 위기”라며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를 비롯해 에너지 절약·효율, 에너지 믹스 등 근본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돼 있어 종합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석유·가스는 산업부가, 재생에너지와 절약은 기후부가 담당하다 보니 시야가 한정되고 대응도 한 박자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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