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곳에서 '행복한 노후' 누리세요"
‘지역사회 통합돌봄’ 현장 가보니
안성시 ‘민관협업으로 기반 확보’
“32년 전 병원이 문을 열었지만 거동이 어려운 분들이 원하면 의사들이 집으로 찾아갔고 조합원들은 어려운 이웃을 돌봤습니다. 이런 활동이 이제는 법 테두리에서 시행된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서안성의원에서 만난 강대곤 원장은 3월 27일부터 전면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안성의원은 1994년 4월 24일 국내 최초로 설립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안성의료사합)’이 설립한 5개 의원 가운데 하나다. 서안성의원은 지난 2022년부터 3년 넘게 정부 시범사업으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해 왔다. 4명의 의사 가운데 2명이 방문의료를 담당하고 방문간호사 가정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진료를 원하는 약 40명의 어르신을 관리하고 있다.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약 20명)도 병행하고 있다. 강 원장은 “과거 의사·간호사가 방문의료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몇년 전부터는 정부 시범사업으로 수가가 일부 보장되면서 재택의료 서비스가 확대됐다"며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되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성의료사협·안성병원이 핵심동력 = 통합돌봄 시행에 대비해 안성시는 재택의료센터를 기존 2곳(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서안성의원)에서 3곳(농민의원 신규)으로 늘렸다. 재택의료센터는 장기요양 수급자를 대상으로 다학제팀을 구성, 방문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학제팀은 의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치위생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폭넓게 구성됐다. 경기도 공모사업에 선정, 예산지원을 받게 된 덕분이다. 김영애 서안성의원 방문간호센터장은 “올해 신규로 포함된 치위생사는 환자의 식생활과 직결된 구강관리를 담당하고 작업치료사는 환자의 실생활에 필요한 주거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서비스 가운데 재택의료센터가 중요한 것은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협력은 통합돌봄 서비스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박서인 안성시 노인돌봄과장은 “통합돌봄이 확대되려면 민간의료기관(개원의)이 참여해야 하는데 개원의가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른 시·군은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었을 때도 안성의료사협은 이미 자발적으로 방문의료활동을 해왔고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안성병원)도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내 전담조직이 ‘컨트롤타워’ =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비롯해 통합돌봄에 필요한 지역사회의 각종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사업 성공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런 점에서 안성시는 잘 준비된 도시다. 민선 7기부터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를 마련하고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안성시는 2021년부터 ‘안성맞춤 커뮤니티 케어’을 통해 인공지능 돌봄서비스 및 소생활권 기반 주민역량 강화에 주력했고 ‘안성시 노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조례’를 제정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듬해인 2022년부터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2곳)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시는 2024년 보건소 내에 보건과 복지를 통합한 ‘노인돌봄과’를 신설,통합돌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해 주목받았다. 또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기술지원 시범 사업을 비롯해 읍·면·동 사업설명회, 통합지원회의 실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돌봄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는 ‘안성시 통합돌봄 지원 조례’ 제정, 통합돌봄 전담팀 구성, 통합지원협의체 구성, 공공-민간기관 추진체계 구성 등 사업시행에 필요한 기반을 갖췄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대부분 지자체들이 복지부서를 중심으로 통합돌봄을 준비했는데 우리는 보건소 내에 주무부서를 뒀다"며 "의료와 복지가 같이 가야 하는데 치매안심센터가 보건소에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건강관리와 복지 기능을 노인돌봄과로 통합했다”고 말했다.
◆퇴원환자 일상복귀 지원도 = 실제 통합돌봄은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워 의료·요양·돌봄 등 통합지원이 필요한 노인·장애인이 주요 대상이다. 대상자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파악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성시 15개 읍·면·동(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배치된 간호사·사회복지사와 동·서부 무한돌봄 네트워크팀 종사자들이 그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대상자를 발굴해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모니터링한다. 이들과 노인돌봄과, 건강보험공단, 의료 등 서비스 제공기관 담당자들이 모여 월 2회 ‘통합지원회의’를 열고 대상자 사례발표, 서비스 지원방안을 결정한다.
통합돌봄의 또 다른 목표는 ‘퇴원환자의 지역사회(가정) 복귀 및 재입원 방지’다. 이를 위해 안성시는 경기도 지원을 받아 ‘퇴원환자 일상복귀 치료스테이션’을 안성병원에 설치할 계획이다. 지역 내 4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해당병원에서 퇴원하는 대상자가 가정에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능회복 및 일상생활 적응훈련을 하는 곳이다. 이와 함께 이웃인 주민주도의 돌봄이 이뤄지도록 주민건강지도사 양성 등 마을주민 역량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박서인 과장은 “다른 곳의 퇴원환자 관리 사례에서 재입원률 감소 등 큰 효과가 확인됐다”며 “재입원률이 떨어지는 등 통합돌봄이 정착되면 국가적으로 재정건전성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