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설립 ‘허가주의’ 이번엔 바뀔까
2004년 2014년 두차례 민법 32조 개정 시도에도 무산
위헌법률 심판 속 22대 국회 서미화·최혁진 의원 발의
현행 민법에 규정된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주의’에 대한 위헌성 논란과 제도 개선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주무관청의 자의적인 행정처분으로 인해 결사의 자유 침해 등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위헌심판과 국회의 법 개정 움직임이 맞물리며 해묵은 과제인 민법 개정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법 제32조는 비영리 사단 및 재단 법인이 설립되기 위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설립 신청이 반려되거나 소관 사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관 변경이 거부되는 등 행정 편의적 처분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1일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민법 제32조 위헌성과 향후 대응’ 토론회에서 김덕산 한국공익법인협회 이사장은 현장 상황을 소개하며 허가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익법인 설립허가가 재량행정이라면 해당 재량에 대한 기준 또한 각 주무관청에서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주무관청은 설립허가 기준에 대한 근거를 두지 않아 민원인은 물론 담당 공무원도 예측 가능한 행정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비영리법인 설립에 대한 ‘허가주의’는 영리법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설립되는 ‘준칙주의’를 채택하는 것과 비교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헌법상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시대적 규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김경목 태평양 변호사는 “시대적 상황이 민법 32조가 처음 시행된 1960년대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법인 난립으로 인한 폐해 등을 운운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면서 “일본이 2008년 비영리법인 준칙주의를 도입한 것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밝혔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비영리 사단법인의 경우 세계적으로 준칙주의가 보편적”이라면서 “허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 중국, 러시아, 동남아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과 2014년 두차례 민법 32조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서미화·최혁진 의원이 비영리법인 설립 체계를 ‘인가’로 전환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개정안은 사인의 자율적 결합과 재산 출연이라는 사법상 법률행위의 성격을 고려해 이를 원칙적 금지인 ‘허가’에서 ‘인가’ 대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설립뿐만 아니라 변경, 합병, 분할에 관한 규정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내용도 신설했다. 행정권의 자의적 개입을 방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최혁진 의원은 “지역균형, 고령사회, AI 도입 등 변화 속에 대한민국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기 위해 비영리 부문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부분이 대단히 많다”면서 “비영리법인을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비영리법인 활성화를 위한 정책 생태계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