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치료한다며 3개월 간 401회 방치

2026-04-02 13:00:02 게재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치료사 고발"

시민사회, 대전시·병원에 근본대책 요구

대전세종충남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한 언어치료사가 치료를 사실상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병원 측의 관리 부실뿐 아니라 대전시의 감독 책임과 대응 과정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2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 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최근 언어치료사 A씨를 해고하고 ‘아동방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전경찰청은 A씨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한 언어치료사가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를 사실상 방치한 게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 대전세종충남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제공

병원 측은 “언어치료를 하는데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장애아동 부모 제보를 받고 치료실 녹화 영상을 확인한 결과 A씨가 치료를 하지 않고 개인 스마트폰을 시청하는 등 위반 행위를 확인했다.

병원이 확보한 영상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3개월치로, 조사 결과 총 401회의 재활치료 미실시 정황이 확인됐다. 하루 치료 대상이 5~6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병원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시점도 지난해 12월이다.

◆관리 부재·늑장 대응 도마 = 장애아동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치료였기 때문이다.

장애아동 부모단체인 (사)토닥토닥은 1일 성명을 내고 “이는 단순 개인 일탈이 아니라 병원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아동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밀폐된 치료실에서의 방임의혹은 아동의 치료받을 권리와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전시의 관리·감독 책임 인정과 공식사과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조사 실시 △피해 환아와 가족에 대한 실질적 회복대책 마련 △병원 운영구조 전면 개편·투명성 확보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관리시스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김동석 전 토닥토닥 이사장은 “약 3개월 동안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기록상 진행된 사례가 401회에 달한다면 이는 아이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대전시는 관리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수개월간 400회가 넘는 치료 미실시가 누적될 때까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병원이 관련 사실을 뒤늦게 보고한 정황까지 겹치면서 ‘늑장 대응’ 논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공공병원 운영 책임이 있는 대전시의 역할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위탁운영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의료기관의 최종 책임은 지방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재발 방지 ‘구조개혁’ 필요 = 병원과 대전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병원 측은 사건 확인 이후 50여명 장애아동 부모에게 개별 사과하고 영상 열람을 지원했다. 치료비는 전액 환불하고 보충 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외부에서 내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밀폐형 치료실을 ‘투명 유리창’ 구조로 개조하고 전 직원 대상 아동 보호 및 직업윤리 교육을 실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위탁 운영기관인 충남대병원과 함께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 의료계에서는 “단순 징계나 시설 개선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료기관 운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재설계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료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시 점검 시스템과 외부 감시 구조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여운·김신일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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