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공익자금 불성실 법인 무더기 적발

2026-04-02 13:00:02 게재

303곳서 198억 추징

국세청이 기부금 사적 유용과 회계 부정 등 공익법인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세제 혜택은 누리면서 출연재산을 이사장 일가의 ‘사금고’처럼 활용한 불성실 공익법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1일 국세청은 지난해 실시한 공익법인 사후 검증 결과 총 303개 법인에서 상속·증여세법상 의무 위반 사례가 확인돼 총 198억원의 세금이 추징됐다고 밝혔다.

주요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공익자금을 마치 개인 자산처럼 남용한 행태가 두드러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공익법인은 기부금 등으로 조성된 공익자금을 이사장 일가의 사유재산처럼 남용하다 적발됐다. 공익법인 A는 이사장 자녀 명의의 건물 신축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대금을 법인 자금으로 대납했으며, 과거 출연받은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을 법정 기한인 3년 이내에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했다. 공익법인 B는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사교 모임의 수백만원 상당 가입비를 법인 자금으로 대신 지출했으며, 공익법인 C의 이사장 일가는 지난 5년간 귀금속 및 면세점 쇼핑, 골프장 이용, 애완동물 관리, 피부 미용 등 사적인 생활비 약 수억원을 법인 신용카드로 결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세법상 의무를 회피하고 내부 거래를 일삼은 사례도 확인됐다. 공익법인 D는 출연자의 배우자, 자녀, 며느리 등 친족을 임직원으로 채용해 수천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특수관계인 고용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 또한, 재산을 출연받은 공익법인은 사업연도 종료 후 4개월 이내에 출연재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부받은 고가의 미술품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포착됐다.

운용 수익을 교묘하게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공익법인 E는 소유 건물 부설 주차장의 운영권을 특수관계인 F에게 위탁했다. F는 실제 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제3의 업체인 G사에 주차장 관리를 다시 위탁(재위탁)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운영 수입과 G사에 지급한 용역 수수료 사이의 차액을 통행세 형태의 부당 이익으로 챙겼다. 이는 공익법인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분여한 명백한 혐의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이 같은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 12월 결산 공익법인에 대해 오는 4월 30일까지 결산서류 공시와 출연재산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 대신 △결산서류 공시 △출연재산 보고 △공익목적 사용 의무 등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결산서류를 수정해 다시 공시할 경우 변경 사항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재공시 이력관리 시스템’이 도입돼 국민 감시 기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세무 역량이 부족한 영세 공익법인을 위해 홈택스 내 ‘코치마크(Coach Marks)’ 기능을 도입하고, 방문 상담 및 체험형 교육을 확대하는 등 성실 신고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의무 위반이 빈번한 항목에 대해서는 법인별 맞춤형 도움 자료를 안내해 스스로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동시에, 고의적인 탈루에 대해서는 면밀한 점검을 지속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의 투명성은 기부자가 안심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의 핵심”이라며, “기부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자금을 사유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공정한 나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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