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

“재활용시장, 수요·공급 불일치 해결 시급”

2026-04-06 13:00:02 게재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비정상 구조 고착화 … “품질로 출혈 경쟁 극복, 사회적 재활용비용도 최소화”

“2022년 플라스틱 재활용업계 상생을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맺은 협약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어요. 사모펀드들이 재활용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죠. 사모펀드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서 원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니 시장 구조가 비정상적이 될 수 밖에요. 더욱이 사모펀드들은 동반성장위원회 플라스틱 재활용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 적용도 받지 않아요.”

3월 31일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는 인터뷰 내내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삼양패키징의 자회사인 삼양에코테크는 폐페트병을 식품용기 등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 원료로 가공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전문 기업이다. 2022년 삼양패키징 재활용사업부문 물적 분할 뒤 설립됐다. 2023년 재생 플레이크(R-Flake) 제조설비와 재생 칩(R-Chip) 제조설비를 신규 가동했다. 재생 플레이크를 연간 2만80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재생 칩은 연간 2만2000톤을 만들 수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26년 2월 9일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대기업 9개사 △한국화학산업협회와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3년간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협약은 대기업들이 재활용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자 위기감을 느낀 중소 재활용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며 맞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면서 2022년 어렵게 마련됐다.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 사진 김아영 기자

상생협약? 사모펀드가 더 큰 위협

3월 31일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찾은 경기도 시흥시 시화단지 내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은 재활용 원료 생산에 한창이었다. 5350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에는 폐페트병들이 압축(페트베일)돼서 공장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들 재활용 원료들은 광학선별기 등을 통해 분류가 된 뒤 세척 분쇄 건조 중합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재생 플레이크와 재생 칩으로 탈바꿈한다. 시화공장이 연간 처리할 수 있는 페트베일은 4만5000톤이다. 국내 연간 생성되는 페트베일의 약 1/8이 이곳에서 처리되는 셈이다.

삼양에코테크의 재활용 페트칩은 2025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 용기용 재생원료로 인증받았다. 삼양에코테크에 따르면 투명 폐페트병이 아닌 유·무색 폐페트병을 혼합 수거해 만든 재생 칩이 식약처 인증을 받은 최초 사례다. 더욱이 삼양에코테크는 2022년 출범했지만, 삼양그룹의 페트 재활용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재활용 노하우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도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재생 플레이크 경우 제조원가보다 낮게 시장 판매가가 형성된다”며 “원가보다 싸게 팔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대기업들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해 물리적 재활용 시장 확장을 자제해왔다”며 “하지만 정작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모펀드가 더 큰 위협이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특성상 설비 투자나 기술 개발보다는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탓에 결과적으로 재활용 품질 저하와 업계 전반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계 사모펀드는 2010년 대한민국 폐기물처리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수집운반 △소각 △매립 △오폐수처리 △에너지 생산은 물론 선별업과 재활용업까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2022년을 전후해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업까지 사모펀드들이 대거 유입됐다.

국내에서 만들고 써야 진정한 자원순환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페트의 경우 2026년 5000톤 이상 생산자에 대해 재생원료 10% 사용의무를 부여한다. 2030년에는 1000톤 이상 생산자에 대해 30% 의무가 시행된다. 페트병 외 재질과 제품에도 재생원료 사용 목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연간 약 2만톤 가량의 수요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수요 증가가 곧 중소 재활용업계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순환경제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재활용 페트칩 생산 업체들의 생산 능력에 비해 실제 시장에서 이를 찾는 물량은 1/3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 팔 곳이 없으니 남는 물량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정작 국내에는 중국 등에서 만든 저가 재생원료와 재활용된 물질 없이 원유나 천연가스를 사용해 처음 만들어진 신규 플라스틱 제품이 들어오고 있어요. 국내 재생원료 수요와 공급 불일치 문제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이러한 황당한 일들은 계속될 수밖에요. 순환경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진정한 자원순환은 역내에서 완결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이 대표는 “재생원료는 신재(재활용 과정을 거치지 않은 처음 원료)보다 가격은 더 비쌀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재활용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인데, 정작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는지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감축 효과 제대로 평가돼야

“동일한 재생원료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달라집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전과정평가(LCA) 결과에 따르면, 신재 페트칩 1톤 생산시 온실가스는 약 3.56톤(tCO₂eq.·이산화탄소 상당량톤)이 배출됩니다. 반면 삼양에코테크의 페트칩은 0.63톤 밖에 뿜어내지 않아요.”

이 대표는 삼양에코테크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수치가 아닌, 전문 LCA 기관에 의뢰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실측 데이터들을 분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플레이크 공장과 칩 공장이 한 부지에 붙어 있어 공정 간 운송이 없고 대규모 단일 거점에서 처리하는 구조 덕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덜할 수밖에 없죠.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LCA 기반의 평가 체계가 견고해졌으면 합니다.”

이 대표는 재생 플레이크와 재생 칩 등 품질 관리에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약 40여개 선별장에서 원료를 구매한 뒤 매일 최소 5~10개 선별장의 페트베일을 혼합 투입해 균질성을 확보한다. 또한 자체 실험실에서 이물질 분석을 24시간 한다. 2시간에 한번씩 검사를 실시하며, 자체 물성의 경우 항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하루에 6번 정도 정밀 분석을 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분석 등을 하는 곳은 흔하지 않아요. 그만큼 품질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죠. 지난해 12월에는 코카콜라 등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이 공급업체에 요구하는 국제 윤리심사(SMETA)와 식품안전경영 인증(FSSC 22000)도 획득했죠. 앞으로도 저탄소 기반의 친환경 제조 공정으로 사회적 재활용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흥=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재생 플레이크 = 수거한 폐페트병을 잘게 파쇄·세척한 조각 형태의 중간 재생원료다. 재생 페트(rPET)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가공 단계의 결과물이다.

■재생 칩 = 재생 플레이크를 고온에서 녹여 다시 알갱이 형태로 성형한 최종 재생원료다. 식품 용기나 음료병 등을 새로 만드는 데 바로 투입할 수 있다.

■물리적 재활용 =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지 않고 파쇄·세척·용융 등 물리적 공정만으로 재생원료를 만드는 방식이다. 화학적 재활용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국제 폐기물 관리 기준에서 환경적 우선순위가 높은 재활용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전과정평가 = 원료 채취부터 생산·유통·사용·폐기까지 제품의 전 생애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FSSC 22000 = 네슬레·코카콜라·코스트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해 만든 국제 식품안전경영 인증이다. 글로벌 식품기업에 납품하려면 갖춰야 하는 식품 안전 관리 수준을 국제 기준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SMETA = 공급망 내 노동·환경·비즈니스 윤리 기준을 검증하는 국제 윤리심사다.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업체 선정 시 요구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다.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