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공천 막바지…“큰소리 쳤던 ‘판갈이 공천’ 없었다”
구 공관위 “세대·시대·정치교체” … 현역과 중진 배제, 청년·신인 발탁
현역 단체장 대부분 생존, 중진의원도 경선행 … 39살 김수민 출마 포기
공천 흥행커녕 잡음만 커져 … 양당 지지율 격차 더 벌어져, 비관론 팽배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상당수 지역이 현역 단체장 단수공천으로 이미 본선을 준비 중이고, 서울과 부산·대구·경북·충북 등은 경선만 남겨놓았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흥행에 보탬이 됐을까. 이정현 공관위는 ‘판갈이 공천’을 외쳤다. 현역단체장과 중진의원을 배제하고, 젊은 유망주를 세우겠다고 큰소리 쳤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판갈이는 없었다”는 관전평이다. 판갈이를 통해 열세를 뒤집는다는 기대감도 약해지는 모습이다.
이정현 전 공관위원장은 “세대교체, 시대교체, 정치교체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길”(2월 12일)→“청년과 정치신인이 단체장이 될 수 있는 기회 주는 세대교체 공천”(2월 14일)→“판갈이가 돼야”(2월 20일)→“현직이라고 자동통과 안 돼, 측근이니까 정실공천 주려는 사당화 조짐”(2월 22일)→“불출마 권고, 전략적 희생 출마, 세대교체 가속, 기득권 내려놓기”(2월 25일)→“정치는 자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을 때 완성”(2월 26일)이라며 자신의 공천 구상을 강조했다. 이 전 공관위원장의 구상은 △현역단체장 물갈이 △중진의원 험지 출마 △청년·신인 공천 △정실공천 배제 등으로 요약됐다. 기득권을 최대한 배제하고 판갈이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이 전 공관위원장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금, 판갈이 약속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우선 현역 단체장 물갈이는 거의 불발됐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현역 광역단체장은 11명. 이중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등 7명은 이미 단수공천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영환 충북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박형준 부산시장은 경선에 올랐다. ‘현역 프리미엄’이 작동하기 때문에 현역 단체장들이 경선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공관위원장은 당초 김영환·박형준을 컷오프 했지만 거센 반발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중진의원 험지 출마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시장을 노리고 출사표를 던진 주호영(6선) 윤재옥(4선) 추경호(3선) 의원 가운데 주 의원만 컷오프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경선에 넣어줬다. 이 전 공관위원장은 중진의원 전원에 대한 컷오프를 예고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들 중진의원이 경기도 등 험지로 선회한다는 소식도 없다. 경기도에는 중진급 인사들이 여럿 거론됐지만, 다들 손사래를 치면서 사실상 포기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청년·신인 공천도 불발됐다는 평가다. 광역단체장 후보에는 청년·신인으로 볼만한 이들이 없다. 충북지사에 김수민(39)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내정설’ 논란과 함께 중도포기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청년 후보를 선발하겠다며 공개 오디션을 실시했지만, 내란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윤 어게인’ 청년들이 약진하면서 ‘청년 중용론’의 빛이 바랬다.
이 전 공관위원장이 우려했던 정실공천은 과거보다 더 기승을 부렸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본선 승리 가능성이 있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현역의원들이 자신의 측근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장면이 잇따랐다. 지역 사정에 밝지 않은 공관위는 “정실공천은 안 된다”고 소리만 칠 뿐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정실공천 후폭풍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무소속 출마가 잇따를 조짐이다.
지방선거 열세를 뒤집을 최후 기대주로 꼽혔던 ‘판갈이 공천’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민의힘은 더욱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됐다. 한국갤럽 조사(3월 31일~4월 2일, 무선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48%, 국민의힘 18%였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여당 후보 다수 당선’ 46%, ‘야당 후보 다수 당선’ 29%였다. 두 응답의 격차가 지난해 10월에는 3%p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7%p로 늘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6일 “공천마저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손해가 더 컸다. 이렇게 선거를 맞으면 영남권도 안심하기 어렵다. 다들 ‘설마’하지만 ‘역시나’가 될 수 있다. 대구와 경북 두 곳만 생존했던 2018년 지방선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