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유가 대응’ 이름값 안 맞는 추경

2026-04-06 13:00:01 게재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태양광 설치 지원 등

상임위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지적 받아

추경 ‘시급성·연내 집행 가능성’ 원칙 위배

정부가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으나, 일부 사업이 추경 취지와 무관하거나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검토보고서는 일부 시범 사업과 중장기 프로젝트, 홍보성 사업 등이 추경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예비심사검토보고서의 ‘검토 의견’에는 이번 추경의 대전제인 ‘민생 안정 및 유가 상승 대비’와 동떨어진 사업들이 주로 포함됐다. 정부가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평소 부처의 숙원 사업이나 지역 선심성 사업을 포함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한 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706억원 증액)을 목적 부적합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 사업이 물류비나 유류비 부담 경감이라는 추경 취지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기적 재정지출이 필요한 중장기 정책을 일시적 수요 대응인 추경에 편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지원 대상이 일부 지역에 한정돼 보편적인 민생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소관인 ‘사회연대경제 청년 일경험 시범사업’(195억원 신규) 역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고용 상황 악화를 편성 근거로 들었으나 보고서는 “현재의 고용 위기는 전쟁 이전부터 지속된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2026년 본예산 편성 당시 검토됐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본예산에서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종료했던 정부가 추경으로 이 사업을 신규 편성하는 것은 정책적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중화권 시장 유치 확대’(46억원 증액) 사업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고서는 관광 홍보 및 마케팅 강화는 중동 사태로 인한 고물가·고유가 피해 최소화라는 추경 목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경의 또 다른 필수 요건인 ‘시급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이 결여된 사업들도 지적을 받았다. 당장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거나, 본예산 심의를 거쳐야 할 사업들이 추경안에 포함됐다는 비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사업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메가프로젝트’(224억원 증액)는 시급성 부족 사례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실증 사업의 특성상, 2027년 예정된 실증 부지 공사를 올해 일부 조기 추진한다고 해서 당장의 유가 안정이나 에너지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623억원 증액) 사업은 집행 구조상 한계가 지적됐다. 태양광 설비 설치 지원이 주 내용인 이 사업은 수요가 있더라도 선정 과정과 설치 확인 절차에 시일이 걸려 실제 보조금 집행이 내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시급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추경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각 상임위 보고서는 정부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은 예외적 상황에 편성하는 ‘비상 예산’인 만큼, 목적 적합성이 증명되지 않은 사업은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야당에서 고유가와 무관한 ‘끼워넣기 예산’에 대해 과감한 삭감을 예고하고 있어,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한마디로 ‘진단은 고유가인데, 처방은 현금 살포’인 오진 추경, 가짜 추경”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신재생 에너지 지원 그리고 독립영화 제작비 지원, 뜬금없는 창업 지원 사업 등 이번 추경 목적과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들은 삭감 대상”이라면서 “고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국민에게 집중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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