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회유 의혹’ 녹취록 검찰 제출
서민석 변호사, 고발인 출석 “짜깁기 아냐”
사건 넘겨받은 종합특검, 수사 확대 전망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담당자였던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허위 진술을 압박·회유하는 정황을 담은 녹취가 연이어 공개된 가운데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았던 서민석 변호사가 해당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 받고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서 변호사는 6일 오전 9시 20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압박·회유하는 방법으로 거짓 진술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것”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고검에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녹음은 제가 직접 녹음한 원본으로 조작이나 짜깁기가 아니다”라며 “만약 녹음이 저의 이익을 위해 조작·재구성된 거라면 청주시장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검사가 마치 부당거래 하듯이 수사를 설계하는 정황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께서는 큰 충격을 받고 계신데 박상용 검사는 ‘짜깁기’라며 눈 하나 깜빡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서 변호사가 직접 출석해 음성 녹음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견을 마친 서 변호사는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앞서 서 변호사는 지난 2월 박 검사를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정보통신망에 의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경기도가 북한에 줘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도지사 방북비 300만달러를 김성태 당시 쌍방울 회장측이 대신 내도록 하는데 관여했다’고 엮기 위해 이 전 부지사 등의 진술을 압박·회유했다는 내용이다.
서 변호사는 당시 수사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회유하는 정황이 담긴 박 검사와의 통화 내용을 최근 잇달아 폭로하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도 박 검사와 서 변호사의 녹취가 추가 공개됐다.
녹취에서 박 검사는 “이재명씨랑 공범으로 갈 거고 그렇게 되면 좀 지나면 이 부지사는 아마 나갈 것이다” “그렇게 기소되면 재판장이 선고할 수 없는 사이즈가 된다” “법인카드 이런 것도 그 무렵 되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이 든다” “만족할 수 있는 결과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개된 녹취에서도 박 검사는 “이화영씨가 법정까지 유지해줄 진술이 필요하다”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전 부지사)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공익제보자니 이런 것들도 저희가 다 해볼 수가 있고 보석으로 나가는 거라든지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다 가능해지는 것”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먼저 종범 의율을 제안해 이를 거절하며 일반적인 선처 조건을 설명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검사는 국정조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해 퇴장 당했다. 그는 이후 페이스북에 선서 거부 소명서를 올려 “위헌·위법인 국정조사에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선서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윤석열정부 국정원이 검찰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기관보고에 나선 이종석 국정원장은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윤정부 시절 국정원 감찰부서 책임자로 온 유 모 부장검사가 수원지검의 긴밀한 창구 역할을 한 것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북한 수집 부서가 수원지검에 제출한 보고서 목록 66건의 원문을 요구해 직접 열람하고 이중 13건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국정원장은 취임 직후 특별 감사한 결과 △쌍방울의 주가조작 시도 첩보 △김성태의 불법 도박 정황 △필리핀에서 돈을 받았다는 리호남이 필리핀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정보 등 검찰의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핵심 내용들이 재판에 제출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또 이 과정에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관여를 시도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혹이 커지자 2차 종합특검팀은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사건 이첩을 요청해 넘겨받았다. 특검은 종합특검법 2조 1항 13호에 근거해 이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제기 절차에 관해 사건의 은폐·무마·회유·증거조작·증거은닉 등 적법절차의 위반 및 기타 수사기관의 권한을 오남용하게 했다는 혐의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고검 TF는 사건 이첩과 별개로 수원지검이 외부 음식을 반입하거나 수사 편의를 제공한 의혹 부분에 대한 감찰을 이어갈 예정이다. TF는 박 검사에 대한 징계시효가 만료되는 다음달 17일 이전에 감찰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