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승계’ 가업상속공제 손본다

2026-04-07 13:00:02 게재

베이커리 카페 44% 남용

전통 기업의 영속성을 돕기 위해 마련된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 편법 승계와 상속세 회피를 위한 ‘절세 치트키’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겸 국무회의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은 ‘가업상속공제 실태조사 결과 및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44%에 달하는 11개 업체에서 공제 제도 남용 소지가 확인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업종 위장’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인 제과점업으로 등록해놓고 실질은 공제 대상이 아닌 커피전문점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들 업체는 매출의 대부분이 음료에서 발생하고, 일부는 제빵 시설조차 없이 완제품 빵을 떼다 팔면서 ‘가업’이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부동산 면적을 부풀려 세금을 줄이는 수법도 대담했다. 최대한 많은 공제를 받기 위해 주택 등 사적 공간을 사업장에 끼워 넣거나, 상속 직전 가건물을 설치해 건물 면적을 넓히는 방식으로 기준치를 수십 배 초과하는 토지를 ‘사업용’으로 인정받으려다 적발됐다.

현행 제도의 구조적 결함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할 경우 최소 30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30년)’, ‘명문장수기업(45년)’ 등 다른 장수 기업 제도와 비교할 때 ‘10년’이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짧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 업력 상위 25%가 20년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10년 경영만으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특히 ‘주차장운영업’과 같이 특별한 노하우나 고용 창출 없이 단순히 부동산만 승계하는 업종도 공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사설 주차장 중 상당수가 연수입 100만원 미만이거나 고용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대규모 토지를 가업 재산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제도라는 게 최소한의 합리성이 있어야 하는데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며 시행령 마련 경위를 철저히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업종 요건 강화, 경영 기간 연장, 심의 절차 엄격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전면적인 개편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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