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대상 심의위원회 구성”
재경부 ‘제도개선 방안’ 보고
이 대통령 국무회의서 지시
“승계기업 자료 너무 허술”
앞으로 빵 안 굽는 베이커리점은 기업상속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상속인의 경영기간과 사후관리기간이 늘어난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개선에 나선다. ‘꼼수 상속혜택’을 막으려는 조치다. 가업상속공제가 강화되는 셈이다.
재정경제부는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제도개선 방안에는 그간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담고 있다. 반면 일부 내용은 기업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도입됐다.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매출액 5000억원 미만) 등을 승계하면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공제 한도는 가업 운영기간이 10년 이상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이다.
도입 후 공제지원은 크게 확대됐다. 반면 허가요건은 완화되면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자 제도 전반을 재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재경부는 기업의 전문기술과 경험 승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원 타당성이 낮은 업종은 과감하게 이번에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지원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은 공제에서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문기술·경험 보유 정도가 낮은 업종도 공제혜택을 받았다.
대표 업종이 베이커리카페다. 대형 베이커리카페의 경우 빵을 직접 제조하지 않아도 접객시설만 갖추면 제과점업에 해당돼 공제가 허용됐다. 특별한 기술·경영 능력과 관련없는 주차장도 공제대상이었다.
구 부총리는 “베이커리카페의 경우 빵을 제조하지 않으면 제외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권 넓은 땅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도 공제받은 사례가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주유소의 경우 표준화된 운영이 가능해 기술·경영능력 이전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라며 공제대상을 확실하게 줄이고 정말 필요한 곳을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공제가 적용되는 토지범위를 축소하고 면적(3.3㎡)당 공제한도 금액을 설정하기로 했다. 토지를 이용한 과도한 공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토지는 공제대상 범위가 넓어 공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건물 설치, 상속 직전 자산취득 등을 통한 조세회피로 악용돼 왔다.
아울러 부업종이 비(非)공제대상 업종인 경우 매출액·자산 사용비율 등 기준으로 안분해 주업종에 해당하는 자산에만 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피상속인 경영기간(현행 10년)과 사후관리기간(현행 5년)도 상향하기로 했다. 현재 기간은 기술과 경영 능력 이전이라는 정책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실제 경영했는지 여부를 상속 이후에 검증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에 정부는 실제 경영여부 관련 증빙서류를 주기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실태점검을 통해 과세자료를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의 개선방안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간 중소기업중앙회 중심으로 기업승계 제도개선을 줄곧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 일각에서는 가업승계 기업의 구체적 실태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기업승계를 요구하는 기업의 △전반적 기술력 △주력품목 경쟁력 △국내외 시장지배력 △미래성장성 △승계자 의지 △기업가정신 △업계·전문기관 평가 등의 자료는 없었다. 오직 설문조사와 일반적 사항(업력, 창업주 나이, 업종, 매출액 등)이 대부분이었다. 막대한 혜택을 지원하는데 평가기준이 허술했다고 비판받아온 이유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제대상심의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공제대상에 해당되는지 일반 시민들의 심의를 받을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전문가로 활동하는 현직 대학 교수 A씨는 “지금까지 기업들은 기업승계를 여전히 가업승계로 이해하며 세금혜택에만 몰두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지원이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기술과 경영, 혁신능력이 우수한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