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회유’에서 ‘권력 개입’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확산
종합특검 “윤 대통령실 개입시도 확인”
‘이화영 진술 압박’ 박상용 검사 직무정지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진술 압박·회유 의혹에서 윤석열정권 차원의 조작수사 의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검찰의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사건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권영빈 특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달 초순경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를 확인했다”며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지난달 하순 대검찰청에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수사 중인 관련 사건 이첩을 요청했고, 이달 2일 60권 분량의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다.
종합특검법 제2조 1항 13호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본인 또는 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 및 공소제기 절차에 관해 사건의 은폐·무마·회유·증거조작·증거은닉 등 적법절차의 위반 및 기타 수사기관의 권한을 오남용하게 했다는 혐의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규정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은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을 무리하게 엮어 기소했다는 게 골자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 전 부지사 등의 진술을 압박·회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에 줘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와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측이 대납하도록 하는 데 관여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이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검찰 수사 등에 개입해 권한 오남용을 유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권 특검보는 “은폐 무마 증거조작 증거인멸 등은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의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실과 수사기관의 결탁으로만 가능한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측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의 개입 시도는 국회의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드러난 바 있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특위 기관보고에서 이종석 국정원장은 “윤석열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를 시도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쌍방울측이 돈을 건넨 대상으로 지목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유엔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 국정원에 연락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고, 이에 국정원측이 ‘제재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는 것. 아태평화위가 유엔 대북 제재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는 국정원 의견서가 법원에 제출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이 국정원장은 또 “유도윤 부장검사가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 부서장에 임명돼, 북한 수집 부서에 수원지검에 제출한 보고서 목록 66건 원문을 요구했고 이중 13건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리 비닉조치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수원지검이 압수한 것은 유 부서장이 특정한 13건뿐이었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있는 시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료는 누락됐다는 설명이다.
국정원 인사는 검찰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결국 대통령실의 개입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특검팀은 대통령실과 검찰 지휘라인으로 이어지는 수사개입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를 변호했던 서민석 변호사는 이날 ‘윗선’을 언급하는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와의 통화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녹취에서 서 변호사가 “검사님 위에 또 부장도 있을 거고 지금 검사장도 있을텐데”라고 하자 박 검사는 “제가 그러니까 그거를 설득하겠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 검사는 이 전 부지사의 허위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편 법무부는 6일 박 검사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공지를 통해 “대북송금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 비위로 감찰중인 박 부부장검사에 대한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사징계법 제8조에 따라 박 검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해줄 것을 정 장관에게 요청했다. 정 장관은 “비위사실의 내용에 비추어 박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검사 중 징계절차가 개시가 되기도 전에 조사 중인 상태에서 번개불에 콩볶이듯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받은 사람은 없다”며 “법치주의와 검사의 신분보장 제도를 일거에 무너뜨린 잘못된 사례”라고 반발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