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범죄 자금 인출 차단…‘가상자산 출금 제한’ 강화

2026-04-08 13:00:06 게재

사기 이용 계좌 59% ‘예외 대상’서 발생

예외 기준 엄격하게 바꾸는 등 제도 보완

보이스피싱 범죄 자금의 주요 인출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가상자산 출금 지연 예외 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코인거래소마다 다른 느슨한 예외 기준을 통일하고 요건을 대폭 강화해 범죄 수익의 즉시 인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및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와 함께 ‘가상자산 출금 지연 제도’를 정비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도입된 출금 지연 제도는 원화 입금 후 일정 시간 동안 가상자산 출금을 제한하는 장치다. 하지만 최근 점검 결과, 거래소들이 자체 내규에 따라 운영하는 ‘예외 기준’이 너무 낮아 보이스피싱범들이 이를 손쉽게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6~9월 발생한 가상자산 사기 이용 계좌의 59%(1490건)가 출금 지연 예외 대상 계좌에서 발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피해액의 75.5%(1705억원)에 달해, 예외 제도가 사실상 범죄자들의 ‘현금 인출기’ 역할을 해온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거래소별로 상이했던 예외 기준을 하나로 묶은 ‘통합 표준내규’를 마련했다.

기존에는 거래일수나 단순 회원 이력만으로 예외를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가상자산 거래 횟수, 거래 기간, 입출금 금액 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새 기준을 적용하면 출금 지연 예외를 받는 고객 비중이 기존 대비 1% 이내로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외 적용 고객에 대해서는 자금 원천 확인 등 강화된 고객확인(EDD) 절차를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출금 정보를 분석하는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강화된 제도가 시행된 후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만약 예외 기준을 우회하는 새로운 수법이 발견될 경우 즉시 기준을 재심의해 보완한다.

다만, 정상적인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청산 등 보이스피싱과 무관한 명확한 사유로 즉시 출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세탁 경로로 이용되지 않도록 거래소들과 긴밀히 협조해 빈틈없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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