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K-공정무역 인증제’ 도입 공론화
전 세계 커피 이익의 90%가 거대 무역업자와 소매업자에게 돌아가고, 카카오 생산을 책임지는 서아프리카 농민들은 정작 초콜릿 한 조각조차 맛보기 힘든 구조적 불평등은 오늘날 자본주의 무역의 뼈아픈 단면이다.
이러한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공정무역’은 단순한 자선이 아닌 무역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민간 차원의 운동이 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독자적인 인증 제도가 부재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
7일 국회에서 열린 ‘K-공정무역 인증을 위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인증 기준의 확립과 주체의 독립성 확보, 그리고 정책 연계 장치의 마련을 통해 공정무역의 선순환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한국 실정에 맞는 공정무역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한국형 공정무역(K-Fair Trade) 인증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안광중 한국공정무역협의회 회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공정무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가 공평하고 수긍할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려는 노력”이라며 “가치 있는 제품이 실용적인 유용성까지 갖췄을 때 비로소 시장에서 정당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는 윤리적으로 생산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사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주체들이 그 노력을 인정받을 ‘언어’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제품 품질과 기업의 윤리적 철학을 동시에 증명하는 K-공정무역 인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제를 맡은 최유진 강남대 교수는 “소비자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결국 가격이 싼 물건만 찾게 되고, 이는 고품질 재화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구조적 시장 실패를 낳는다”며 “미국의 친환경 건축 인증인 ‘리드(LEED)’가 건물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였듯, 공정무역 인증은 소비자에게 강력한 ‘신뢰 신호’를 보내 기회주의를 억제하고 정당한 가격 형성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식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기존 해외 인증의 높은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인증 제품을 홍보하려 해도 과도한 로열티와 비용이 걸림돌이 된다”면서 “공공기관이나 민간이 주도하는 공신력 있는 국내 인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장은 공정무역의 범위를 국내 생산자로까지 넓히는 ‘로컬 공정무역’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사례를 들며 “외국인 농부의 처우 개선과 다문화 공생을 포함하는 브랜딩이 한국형 공정무역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며 까다로운 인증제도 이전에 지역 농가의 노력을 자랑하고 홍보하는 방식의 유연한 도입을 제안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