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상한’ 대장동 사건 수사
수사관 없이 개인집무실서 유동규 면담 조사
엄희준·강백신, 인사 발령 전 사건 기록 열람
법무부, 검사 9명 감찰 요청 접수 … 진상조사
검찰이 유독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수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조작 기소 의심을 키우고 있다. 법무부는 관련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예고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밀실 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대장동·위례 사건 관련 기관보고에서다.
김 의원은 “유 전 본부장 증언에 따르면 사실상 검사 개인 집무실 안에서 검사와 단둘이 조사받았고 이후 진술이 180도 바뀌었다”며 “유동규가 받은 뇌물이 면담 조사 이후 정진상과 김용으로 간 뇌물로 바뀌고 유동규는 단순한 전달자로 바뀌었다”고 검찰의 불법 면담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2022년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약 24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당시 조사는 조사실이 아닌 검사의 개인 집무실에서 진행됐고 변호인이나 수사관 참여도 없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수사준칙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신문 아닌 단순 면담이라는 이유로 변호인의 참여 조력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또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할 때는 검찰청 수사관 또는 서기관이나 서기를 참여하게 한다’고 규정한다.
또 수사준칙에서는 신문이나 면담시 조사과정을 기록하도록 정하고 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24시간 조사 기록은 총 11페이지짜리 면담 기록뿐으로 조서는 작성되지 않았다는 게 김 의원의 얘기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을 조사한 김경완 검사는 “면담은 개방된 공간에서 진행됐다”며 “면담한 내용을 충실히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회유하거나 허위 진술을 유도한 적은 없다”고 도 했다.
하지만 검사의 개인 집무실에서 피의자와 단둘이 조사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조사실과 검사실이 분리돼 있고 문이 열려 있어 안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고 주장할 순 있지만 예외적인 것 아니냐”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장동 사건 ‘2기 수사팀’을 이끌었던 엄희준·강백신 검사가 공식 인사가 나기도 전에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엄 검사와 강 검사가 직무대리로 먼저 서울중앙지검에 와서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드라이브에 업로드된 수사 자료를 열람한 흔적이 있다는 제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 검사는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서울고검 공판검사실 소속 부부장검사 신분으로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느냐”는 이건태 민주당 의원 질의에 “당시 중앙지검장 지시로 기록을 검토해 보고했다”고 답했다.
엄·강 검사가 대장동 사건 수사를 맡은 건 2달여 뒤인 7월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다.
이 의원은 “정식 수사팀도 아닌 검사들이 수사 기록 열람 권한을 부여받아 기록을 본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1차 수사팀장이 있었는데도 공판부 검사 직무대리 형태로 온 검사들이 자료를 검토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의도적으로 변경하지 않아 무죄 판결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을 정치자금 ‘수수’의 공동정범이 아닌 ‘기부’ 행위에 가담한 공범으로 보고 공소사실 중 ‘수수 공범’을 ‘기부 공범’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지만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이주희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당시 야당 대표를 옭아매기 위한 진술을 확보하는 대가로 뇌물 전달자들에게 재기소조차 불가능한 완벽한 무죄를 선물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직무 유기가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명백하게 법을 왜곡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2022년 10월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압수조서에 ‘피의자 이재명’으로 기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김 전 부원장 사건을 수사 중이었는데 이 대통령은 입건된 상태가 아니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입건된 적도 없는 이 대통령이 피의자로 기록됐다”며 “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결론짓고 유동규 등을 협박·회유해 진술을 쥐어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수상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선 이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압박·회유하는 내용의 통화 녹음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진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 6일 박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직무집행을 정지했다. 또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 9명에 대한 감찰 요청을 접수하고 대검에 이첩해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 장관은 “감찰 요청에 적시된 비리 혐의는 별건 수사 등으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했다는 내용, 위례신도시 사건 수사 등 정영학 녹취록 조작과 관련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내용 등”이라며 “감찰규정에 따라 대검에 이첩했으며 조사가 완료되면 그 결과에 따라 신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