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위기에 지방정부 재정투입 확대

2026-04-08 13:00:24 게재

정부 추경 연동, 재정확대 불가피

지방선거 앞 민생지원금 경쟁 확산

중동전쟁 여파로 에너지·물가 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방정부들이 재정 투입을 통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지원과 생활 안정 대책을 넘어 전 주민 지원금 지급과 같은 직접 재정 투입까지 검토되면서 대응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는 양상이다.

‘공공2부제’에 자전거 출근족 급증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이 타고 온 자전거가 평소보다 많이 세워져 있다. 세종 연합뉴스
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경남·울산 등 주요 지방정부들은 추경 편성과 긴급 지원을 중심으로 재정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전쟁 추경’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방정부들도 교부세 증액분을 반영한 자체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추경안에 지방교부세 증액분 4조6793억원을 반영해 지방정부가 민생 안정과 지역경기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지방정부가 추경 편성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부산시는 9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정부 기조에 맞춘 추경 편성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 기업 피해 상황을 반영한 지원 대책을 추경에 담아 대응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부산은 이미 3월 초 2813억원 규모의 1회 추경을 편성했지만, 중동전쟁 장기화로 추가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경남도는 전 도민 320만5000여명에게 1인당 1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 3288억원을 포함한 총 4897억원 규모 추경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지역사랑상품권 확대와 수출기업 물류비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경남도는 고유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울산경남은행과 협력해 690억원 규모의 긴급 특례보증을 시행하고, 경영안정자금과 재기지원자금 300억원도 4월로 앞당겨 지원한다. 울산페이 환급 확대 행사도 조기 시행하고 환급률을 10%에서 13%로 상향했다.

이처럼 지방정부 재정 대응은 기업 지원을 넘어 직접 지원 방식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일부 지역은 전 주민 대상 지원금 지급까지 검토하는 등 재정 투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미 경기 성남시는 가구당 10만원씩 총 410억원 규모의 ‘시민 에너지 안심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정치권 움직임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후보들이 민생지원금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지방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실제 대전시장 민주당 결선투표를 앞둔 후보들이 지원 확대 경쟁에 나섰다. 허태정 예비후보는 대전형 고유가 피해지원금 20만원 지급을 공약했고, 장철민 예비후보는 △대중교통 1만1000원 추가 지원 △지역화폐 부활 △영업용 차량 30만원 지원 등을 제시했다.

지방정부들은 에너지 절감과 물가 안정에 머물던 초기 대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추경과 현금성 지원까지 검토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추경과 교부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매칭, 기업 지원, 취약계층 보호, 선거 공약 대응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지방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정부 추경이 통과되면 대부분 지자체가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문제는 위기 대응 속도와 함께 재정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맞출지에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곽재우·윤여운·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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