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업을 외치지만 교육은 준비되지 않은 나라

2026-04-08 13:00:30 게재

한국경제는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 없이는 구조적 성장 회복이 어렵다는 점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창업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기술기반 창업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생활형 창업과 서비스 혁신까지 다양한 형태의 창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창업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인재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타트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사람’이다. 자금은 정책과 시장을 통해 보완될 수 있지만, 창업을 실행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인재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창업이 하나의 정상적인 커리어 경로로 인식되지 않는 현실은 인재 유입을 제한하는 핵심요인이다.

사실 창업은 학생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펙’의 정점에 있는 가장 압축적인 학습 경험이다. 아이디어를 통해 타인의 자원을 취득하고 팀을 구성하고 소통하며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을 탐색하는 과정은 이 시대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창업경험은 그 자체로 높은 가치의 커리어 자산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재부족은 왜 발생하는가. 핵심은 학생들이 창업을 하나의 현실적인 진로로 인식하지 않는 데 있다. 특정 분야에 전공이 개설되고 교육과정이 체계화될수록 해당 분야는 안정적이고 유망한 경로로 인식된다. 반대로 창업이 정규교육체계 밖에 머물러 있는 한 이는 여전히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으로 남는다.

실제로 창업 전공이나 창업대학원이 활성화된 대학에서 창업 성과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창업이 ‘제도화된 커리어 경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대학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전공과 융합 프로그램 개설은 여전히 높은 규제와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가로막혀 있다. 이로 인해 대학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보다 과거 구조를 유지하는 데 머무르는 한계를 보인다.

이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창업대학과 전공, 융합 프로그램에 대한 전략적 지원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라 국가성장전략이다. 벤처창업 생태계의 경쟁력은 자본이 아니라 인재에서 결정되며 그 출발점은 교육이다.

결국 창업생태계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다. 창업을 정상적인 커리어 경로로 만들 수 있는가가 한국 경제 성장 궤도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최병철

한국벤처창업학회장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