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도 금연구역 전면 규제
24일부터 과태료 부과 … 덜 해롭다던 인식 바뀌며 법·정책 전환
오는 24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전자담배에 금연구역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동안 ‘덜 해롭다’는 인식 속에 규제 밖에 머물렀던 전자담배가 법적 관리 대상으로 전면 편입되는 것이다. 최근 전신 영향 연구가 잇따르면서, 정책이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개정된 담배사업법 시행에 따라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사용할 경우 1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기존에는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단속에 적발돼도 처분이 취소되는 사례가 있었다. 법적 기준의 빈틈이 사실상 규제 공백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시는 13일부터 23일까지 홍보·계도 기간을 운영한 뒤, 24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3주간 집중 단속에 나선다.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과 담배소매인을 중심으로 청소년 판매 여부, 광고·표시 기준, 성인인증 장치 부착 여부 등을 점검한다. 시·구 합동점검반 16개반 32명이 현장에 투입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단속 확대를 넘어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수증기’ 수준이라는 인식 속에 빠르게 퍼졌다. 일반 담배 흡연율은 줄었지만 전자담배 사용은 늘었고, 규제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합성니코틴을 기반으로 하면서 기존 담배 규제를 피해왔다. 온·오프라인에서 비교적 쉽게 판매됐고 금연구역에서도 단속이 쉽지 않았다. 이번 법 개정은 이런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전자담배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도 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변민광 교수 연구팀은 미국 연구진과 함께 전자담배의 인체 영향을 분석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 20년간 축적된 140여편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폐뿐 아니라 뇌와 심혈관, 대사 기능 등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은 미세먼지보다 작은 입자로, 니코틴과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한 채 체내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 증가와 혈관 손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동맥경화와 혈압 상승과의 관련성이 제기됐다.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보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일반 담배와 함께 사용할 경우 건강 위험이 더 커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뇌 기능과 관련된 영향도 보고됐다. 전자담배는 뇌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인지 기능 저하와 신경계 영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뇌졸중 발생 시 손상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이처럼 건강 영향이 확인되면서 전자담배는 더 이상 규제 밖 제품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담배의 기준을 기존 ‘연초’ 중심에서 ‘니코틴 제품’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단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광주시는 24일부터 전자담배를 포함한 금연구역 단속을 강화하고 주·야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자담배 규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정책은 단속과 지원을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손목닥터9988’을 통해 금연 클리닉 참여를 유도하고, 6개월 금연에 성공하면 최대 1만9000p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법 시행을 넘어선 변화로 볼 수 있다. 전자담배를 둘러싼 인식과 정책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고,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형성된 규제 공백이 해소되면서 금연 정책의 대상 자체가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의 대체재가 아니라 별도의 건강 위험 요인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향후 광고·판매 규제 등 추가 정책 검토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