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제매각설’ 유포자 추적 착수
경찰, 포털 자료 보존 요청하고 경로 확인
가짜뉴스 ‘경제교란 범죄’로 수사 확대
경찰이 ‘달러 강제매각설’ 허위정보 유포 사건과 관련해 게시자 추적에 본격 착수했다. 포털 자료 보존 요청과 함께 IP 추적에 나서며 수사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가짜뉴스를 ‘경제 질서 교란’ 범죄로 규정한 정부 기조 속에서 수사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8일 관련 게시글 작성자의 개인정보와 접속 기록 등을 보존해달라고 포털에 요청했다. 게시자가 탈퇴하거나 자료를 삭제하는 상황에 대비한 조치다. 경찰은 작성자를 특정하는 대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방침이다.
수사는 최초 유포자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은 조직적으로 내용을 퍼뜨린 중간 유포자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IP 추적 등을 통해 유포 경로 전반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게시 행위를 넘어 확산 구조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경찰은 이번 사안을 경제 위기 상황에서의 중대 범죄로 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민 불안을 키우고 시장 혼란을 유발하는 허위정보 유포는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히 특정하고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한 가짜뉴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사는 정부 고발에서 시작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일 ‘달러 강제매각설’ 유포자와 가담자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내용은 중동 전쟁 장기화 속에서 정부가 달러를 강제로 매각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 확산됐다.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행 법에 따르면 허위정보 유포가 처벌되려면 일정 요건이 필요하다. 전기통신기본법은 ‘이익을 얻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단순한 의견이나 착오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시장 불안을 유도하거나 특정 이익을 노린 경우에는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특히 금융시장과 연결된 허위정보는 ‘시장 질서 교란’ 성격이 강해지면서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수사와 함께 대응 체계도 손질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를 찾아 기존 ‘허위정보 단속 태스크포스’를 확대 개편하고, 4개 시·도경찰청에 ‘사이버 분석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기남부·광주·경남청에 모두 16명을 배치해 허위정보 탐지와 차단, 수사를 함께 맡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대응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은 사건이 발생한 뒤 수사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온라인 공간을 상시 점검해 허위정보를 먼저 찾아내고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최초 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도 같은 흐름이다.
유 직무대행은 “허위·조작정보 유포는 국민 불안을 키우는 중대한 범죄”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시 상황에서 가짜뉴스로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는 반란 행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가짜뉴스와 사재기 등 시장 질서를 흔드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응은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와 물류, 환율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허위정보가 실제 시장 움직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관련 루머는 투자 심리와 자금 이동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 대책과 에너지 수급 대응, 사재기 차단 방안 등을 함께 추진하면서 허위정보 차단을 주요 과제로 포함시켰다. 정보 자체가 경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가짜뉴스 대응이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 경제 안정 정책의 일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허위정보 판단 기준과 수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여지도 있어 향후 기준 설정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