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 6800% 불법대출 ‘이실장’ 수사 착수

2026-04-09 13:00:32 게재

청년 노린 온라인 사금융 조직

경찰이 연 6800%에 이르는 초고금리 대출로 청년층을 노린 불법사금융 ‘이실장’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대출 중개부터 추심까지 역할을 나눈 조직적 운영 정황이 확인되면서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에서 넘겨받은 피해 신고 자료를 토대로 전국에서 접수된 유사 사건도 병합해 살펴볼 계획이다.

이들은 초단기·초고금리 구조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30/55’ 방식으로 30만원을 빌려주고 6일 뒤 55만원을 상환하도록 하는 형태다. 평균 대출금은 100만원, 대출 기간은 11일 수준으로 파악됐다. 짧은 기간에 원금을 크게 웃도는 금액을 상환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피해는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70% 이상이 청년층이며, 수도권 거주자가 절반을 넘는다. 대출 목적도 생활비·의료비·기존 채무 상환 등 생계형이 대부분이었다.

범행 방식은 단계별로 나뉘어 운영된 정황이 확인됐다. 중개 역할을 맡은 인원은 온라인 대출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등록 대부업체인 것처럼 접근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통화 품질 문제’ 등을 이유로 특정 인물인 ‘이실장’에게 연락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대출 실행과 추심은 별도 인력이 맡는 구조로 운영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대출 과정에서 요구된 조건도 과도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의 얼굴이 포함된 자필 차용증 사진과 신분증, 가족·지인 연락처 등을 요구한 뒤, 상환이 지연될 경우 이를 이용해 가족과 지인에게 연락하는 방식의 추심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부족한 금액을 다른 사채업자를 통해 빌리도록 하는 ‘돌림대출’이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채무가 반복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피해 신고는 올해 들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관련 신고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2건이며, 이 가운데 1월과 2월에만 45건이 집중됐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 ‘경고’를 발령하고 수사 의뢰와 함께 계좌 거래정지, 게시물 삭제 등의 조치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개인 간 불법 대부가 아닌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에서 접수된 유사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계획”이라며 “추가 피해 여부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불법사금융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접근은 쉬워졌지만 채무 구조는 더 빠르게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제는 청년층의 금융 취약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급전 수요가 불법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사금융이 단순한 고금리 문제를 넘어 취약한 생활 기반을 파고드는 구조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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