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에너지 충격에 긴축 전환 시사

2026-04-10 13:00:02 게재

중동 전쟁발 물가 압력 확대

“환율절상 기울기 조정 전망”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싱가포르가 통화정책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성장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정책 당국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 다수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오는 14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이터가 13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1명이 긴축 전환을 전망했다.

MAS는 금리를 직접 조정하는 대신 환율을 통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자국 통화인 싱가포르달러를 주요 교역국 통화 바스켓 대비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명목실효환율(S$NEER)’ 체계를 활용하며, 환율 상승 기울기와 중심값, 변동폭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환율 절상 기울기를 확대하는 방식의 긴축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메이뱅크의 추아 학 빈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지역 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과 최근 성장률 흐름을 감안할 때 MAS가 환율 상승 기울기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점도 긴축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공급망 차질과 비용 상승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전면 정상화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이 회복되기 전까지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에드워드 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MAS는 수입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전자 등 주요 산업도 핵심 소재 공급 차질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기존 완화 조치를 일부 되돌린 뒤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경제는 아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0%로 잠정치(4.8%)를 웃돌았으며, 1분기 성장 역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부는 향후 분기 성장률이 전쟁 여파로 둔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간 킴 용 통상산업장관은 “1분기 경제 활동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향후 성장률은 분쟁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도 기존 전망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분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약 10억 싱가포르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통화 긴축과 재정 대응이 동시에 요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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