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 격화
시민단체 반발 속 “처벌 강화 vs 재범 우려” 충돌
강력범죄 증가에 정책 갈림길…정부 공론화 착수
촉법소년 범죄 증가를 계기로 연령 하향 논쟁이 재점화됐다.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논쟁 전면에 나선 가운데,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과 재범 위험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맞서는 양상이다.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아동·청소년 인권단체와 시민단체가 참여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연령 하향 논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은 아동·청소년의 재사회화 기회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보호·지원 체계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의 배경에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가 있다. 경찰에 검거된 만 10세 이상 13세 이하 촉법소년은 2021년 1만1677명에서 2025년 2만1095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살인·강도·성범죄 등 강력범죄는 479명에서 826명으로 증가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학교 폭력과 위협 행위 등 사건이 이어지면서 체감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처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년원 송치에 해당하는 보호처분 8~10호는 2021년 28명에서 2024년 250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단순 비행을 넘어 중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 증가로 해석되는 동시에, 기존 보호 중심 제도 안에서도 대응 강도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이재명정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와 시민참여단을 통해 공론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외 사례 놓고도 해석은 각각 =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쪽은 범죄 증가와 억지력 약화를 근거로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행 제도가 일정 연령 이하 범죄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인 만큼, 일부 청소년이 이를 인지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 경찰 등에서는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 확산으로 범죄 억제력이 약화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 제도가 공동체의 규범과 법감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된다.
책임 연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 등으로 청소년의 판단 능력과 범죄 양상이 달라진 만큼 기존 기준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형사책임 공백이 반복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반대 측은 형사처벌 강화가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기 형사사법 체계 편입이 낙인 효과를 통해 재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형사책임 연령 유지 또는 신중한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제한적인 구조를 고려하면 연령을 낮추더라도 실제 정책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제도 개편이 상징적 조치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사례를 두고도 해석은 엇갈린다. 영국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0세로, 네덜란드·캐나다 등은 만 12세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연령 하향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한국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 반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에 대해 현행 기준 유지를 권고한 바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연령보다 관리 체계 문제” 지적도 =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책 현장에서는 다른 시각도 제시된다. 촉법소년 문제의 핵심이 연령 기준보다 관리 체계의 실효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보호처분 제도는 보호관찰,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다양한 수단을 갖추고 있지만 운영 과정에서는 한계가 지적된다. 보호관찰 인력 부족, 프로그램 편차, 사후 관리 단절 등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특히 보호처분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동일 청소년이 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이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정책 대안 역시 이 지점에서 갈린다. 연령 기준을 조정해 형사책임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보호처분 실효성을 높여 관리 체계를 보완할 것인지가 핵심 선택지로 제시된다. 일부에서는 중간 단계 조치를 도입해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적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피해자 보호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현재 제도는 가해 청소년 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피해자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촉법소년 논쟁은 연령 조정 여부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