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범위 놓고 미·이란 ‘줄다리기’

2026-04-10 13:00:02 게재

레바논·호르무즈 연계돼 복잡한 셈법

전문가 “무기한 휴전·저강도 충돌 가능성”

미국과 이란이 극적 휴전에 합의했지만 적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 충돌이 이어지며 전쟁은 사실상 ‘정지된 채 지속되는 상태’에 들어섰다. 전면전은 멈췄지만 지역별 충돌과 외교적 긴장은 오히려 복잡하게 얽히며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애틀랜틱 카운슬 대담에서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휴전이 어디까지 적용될지, 어떤 전장의 누구까지 포함할지가 풀기 어려운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이란과 휴전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레바논 전선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 관련 작전은 휴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 개방도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하나의 휴전 합의 안에 복수의 전장이 얽히며 ‘부분 휴전’ 논란이 불거졌다.

랜도 부장관은 이번 전쟁이 경제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걸프 지역 내 미국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겨냥했다며 아마존 데이터센터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 민간 인프라가 군사적 목표로 전환되는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미국 외교의 새로운 축으로 ‘상업적 외교’를 제시하며 대미 직접투자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주요 파트너를 언급하며 자본 기반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는 최근 관세 협상과 연계된 투자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미국 외교의 방향 전환도 분명히 했다. 랜도 부장관은 “런던·베를린·파리 중심 외교 시대는 끝났다”며 중남미와 글로벌 사우스에서 중국 영향력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외교 행보 역시 유럽보다 해당 지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동맹 구조의 균열과 맞물린다.

같은 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분석에서 대니얼 바이먼 교수는 이번 전쟁의 최대 장기 피해로 ‘동맹 약화’를 지목했다. 미국이 전쟁 개시 전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고, 이후 동맹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신뢰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군사적 부담도 적지 않다. 미국이 방공무기 등 핵심 자산을 소진하면서 러시아 대응이나 중국 견제에 활용할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호전적 국가’로 규정하며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전망은 더욱 불안정하다. 바이먼 교수는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해야 하는 정치적 압박 속에서 협상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종 합의 없이 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규모 전투는 멈췄지만 저강도 충돌이 반복되는 ‘지속적 긴장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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