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길어지나…물가가 변수

2026-04-10 13:00:02 게재

2월 점도표 6개월 동결, 4~5월 물가 우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으로 거시경제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지속돼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해 5월 0.25%p 인하한 이후 금통위 회의에서 7차례 연속 동결이다. 기간으로는 작년 5월 이후 1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이후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를 열어 둔 완화적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통위 통화정책결정문과 이창용 총재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이 인하에서 조금씩 발을 빼는 흐름이다. 특히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점도표’를 통해 향후 6개월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금통위원들의 인식을 드러냈다.

기준금리 동결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최근 거시경제 상황을 볼 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물가가 불안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은 전달(2.0%)보다 0.2%p 상승했다. 특히 유류 가격은 10% 안팎 올라 물가상승 압박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중동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분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석유류 제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나프타 공급 부족에 따른 관련 제품 가격의 상승이 4월 이후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수도 있다. 따라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반대까지 오르면서 물가 압박이 커지면 한은도 본격적으로 통화정책 전환을 고심할 수도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국회 기재위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에너지 공급 충격이 장기간 지속돼 물가상승 불안으로 이어지면 고물가 현상 고착을 막기 위한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후보자는 다만 “(중동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경우) 이론적으로 볼 때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대응이 불필요하다”고 했다. 전쟁이 일찍 끝나 물가상승 압력이 줄어들 경우 지금의 동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환율도 금리 조정을 어렵게 한다. 최근 수일간 중동전쟁 종결 가능성으로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1500원 안팍에서 움직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금리를 내리면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가 관리를 명분으로 당장 금리를 올리기에도 경기에 부정적이다. 한은이 지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경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말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p 낮추기도 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동전쟁으로 유가와 환율이 뛰는 동시에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된다고 한다”며 “(한은 금통위가) 금리를 당장 아래위 어디로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주재하고 오는 20일 임기를 마친다. 이에 따라 신 후보자가 오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리없이 마치고 총재에 취임하면 다음달 금통위부터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