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수사 무마·부실…경찰 ‘망신살’

2026-04-13 13:00:02 게재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 속 악재 부상 … “외부 견제 약화 땐 피해 반복” 우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면 검찰이 이를 다시 뒤집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사 무마 의혹과 부실 수사, 현장 대응 실패까지 겹치면서 경찰 수사 체계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한 확대에 걸맞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 경감과 경찰청 소속 B 경정을 압수수색했다. 사업가 C씨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 상황을 외부와 공유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 대상자와의 직접적인 정보 교환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사 공정성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2021년 이후 불송치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권한이 외부 청탁과 결합될 경우 사건을 ‘덮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에서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 수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에서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1차 영장에는 폐쇄회로(CC)TV에 담긴 핵심 폭행 장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수차례 폭행과 발로 가격하는 장면이 확인됐지만 영장에는 ‘주먹으로 3차례 폭행’으로 축소 기재됐다. 객관적 증거와 수사 판단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대표 사례로 지적된다.

결국 첫 영장은 기각됐고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범행 내용이 대폭 수정된 영장이 다시 청구됐다. 그러나 초동 수사 단계의 판단 오류로 사건 대응이 지연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가족측은 “초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초기 판단이 사건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이 같은 오류는 피해 회복 가능성까지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 부실은 피해로 이어졌다.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반복된 신고에도 경찰이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범행을 막지 못했다. 경찰청 감찰 결과 관련 경찰관 16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2명은 수사의뢰됐다. 안전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일부는 시스템에 허위 보고를 올린 정황도 드러났다. 사전 개입이 가능했던 사건이었음에도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방 실패’ 사례로 꼽힌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 있었고 가해자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위치와 위험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접근금지 등 추가 보호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반복된 신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살인을 막지 못했다. 형식적 장치만 존재하고 실질적 대응이 뒤따르지 않은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불송치 사건 가운데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넘어간 사건은 지난해 5만3406건으로 2021년 2만5048건보다 약 2.1배 증가했다.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된 뒤에도 다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이는 1차 수사 단계에서의 판단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검찰이 경찰 판단을 뒤집어 기소로 전환한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528건에서 2022년 944건, 2023년 1054건, 2024년 1086건, 2025년 1130건으로 증가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건 판단의 최종 완결성이 경찰 단계에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불송치 이후 재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고 사건은 한 번에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과 맞물려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 권한 확대 이후 권한 남용과 수사 미흡, 현장 대응 실패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보완수사 기능까지 약화될 경우 피해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논란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끝내고 검찰이 이를 다시 뒤집는 일이 반복되는 한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권한 확대 이후 책임과 통제가 따라오지 못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수사권 개편 논의는 최종 갈림길에 서 있다.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유지할 것인지, 외부 견제 장치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선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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