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한달 118명 고발, 수사위축 우려
처벌 사례 없이 고발만 급증
“불필요 입법” vs “경고 효과”
법왜곡죄 시행 한 달 만에 판사·검사·경찰 등 100명이 넘는 법조인이 고소·고발 대상이 되면서 수사와 재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처벌 사례는 없는 반면 고발이 급증하면서 사법 시스템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경찰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왜곡죄 시행 이후 전국 경찰에 접수된 사건은 44건, 피의자는 118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명꼴이다. 법관 39명, 경찰관 38명, 검사 34명 등 직역을 가리지 않고 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대검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관련 사건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공수처에는 이달 초 기준 18건이 접수돼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법 시행 당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되는 등 고발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법왜곡죄는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이 법을 왜곡 적용하거나 증거를 인멸·조작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규정으로,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3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이 관련자를 직접 고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법왜곡죄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재판 과정의 법 해석과 사실 판단은 재량 범위가 넓어 ‘고의적 왜곡’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역시 명백성이 부족한 사건은 불송치로 종결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접수된 사건 가운데 송치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입법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법왜곡죄가 시행됐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없는 데다 고소·고발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복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수사나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이 이어질 경우 수사와 재판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극단적으로는 정상적인 수사와 재판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법왜곡죄가 일정한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변호사는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지만 법조인들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는 것을 경계하게 만드는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법조인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고소·고발 자체가 수사와 재판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이 반복적으로 고발에 나설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이 방어적인 판단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수사 결과에 불복한 고소·고발이 늘어날 경우 사건 처리 부담이 증가하고 행정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고발이 남발되면 수사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법왜곡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법 왜곡’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원과 경찰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은 법관 보호를 위해 변호인 선임 지원과 전담기구 설치 등을 검토 중이며, 경찰청도 경찰수사심의위원회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현행 제도상 고발인이 직접 심의를 신청하거나 경찰청장이 직권으로 부의해야 하는 구조여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왜곡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사법 통제와 독립성 사이의 균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고발 증가로 인한 위축 효과가 현실화할 경우 수사와 재판의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는 향후 수사와 재판 결과를 통해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