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호르무즈 봉쇄, 군사충돌 부를까

2026-04-13 13:00:13 게재

트럼프, 21시간 협상 결렬 후 봉쇄 선언 … 휴전 흔들리며 충돌 위험 확대

지난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마련된 미·이란 협상 취재용 미디어센터에 마련된 현지 국영방송 화면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회동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한 21시간 마라톤 협상이 12일(현지시간) 끝내 결렬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며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JD 밴스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끄는 양측 대표단은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지만 전쟁 종식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담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최고위급 대면 접촉이었지만,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전선 등을 둘러싼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AP통신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협상은 약 21시간 이어졌으며, 이후 기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단계로 넘어가 문안 교환과 세부 협의가 진행됐다. 협상 의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휴전 연장, 단계적 제재 완화, 핵 프로그램 문제 등으로 확대됐지만 핵심 쟁점에서 모두 충돌했다.

미국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밴스 부통령은 “나쁜 소식은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우 단순한 제안을 남기고 떠난다”고 밝혀 사실상 최종안을 제시했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 포기뿐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까지 차단하는 수준의 강한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요구가 과도했다고 반발했다. WSJ와 이란 국영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 요구를 “과도한 요구”로 규정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우리는 선의는 있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는 없다”고 밝혔고, 이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 성과는 과도한 요구 중단과 이란의 정당한 권리 인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과 핵 프로그램이었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 유지와 제재 해제, 레바논 공습 중단을 요구했고, 미국은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제한을 요구했다. 특히 우라늄 농축과 핵물질 처리 문제에서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NYT에 따르면 그는 “이란이 우리나 평화로운 선박을 공격하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이란이 석유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해협 봉쇄의 목적이 이란 경제 압박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샤흐람 이라니 해군 사령관은 “트럼프의 위협은 우스꽝스럽다”며 “이란군은 이미 이 지역에서 미국의 모든 군사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스마일 카니 쿠드스군 사령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무런 성과 없이” 중동에서 축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혁명수비대 전 사령관인 모흐센 레자이 역시 “이란은 트위터 글이나 상상 속 계획으로 봉쇄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변수도 여전히 협상을 흔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간 입장 차가 드러났으며,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란은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외교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아직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란 역시 추가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핵 문제, 레바논 전선이라는 핵심 쟁점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종전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협상 결렬 직후 미국의 해협 봉쇄 선언까지 이어지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군사적 충돌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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