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AI·관세까지…불확실성 속 어닝시즌 개막

2026-04-13 13:00:14 게재

협상 결렬에 유가 급등·증시 하락

기업 실적보다 전망에 쏠린 눈

중동 전쟁을 둘러싼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즉각 흔들렸다. 주말 사이 원유 선물 가격은 약10% 급등했고, S&P500 선물은 1% 하락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재차 부각됐다.

이 같은 불안 속에서 글로벌 어닝시즌이 시작됐다. 블룸버그는 12일(현지시간) “이번 어닝시즌은 중동 전쟁, 사모신용 불안, AI 위협 등 복합 리스크 속에서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진 상황이다. MSCI 세계지수와 S&P500지수는 2022년 이후 최악의 분기를 기록했고, 이란과의 충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확대됐다. 3월 미국 물가는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소비 심리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닝시즌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시작하며, 유럽에서는 명품기업 LVMH가 첫 주자로 나선다.

컨설팅회사 임파워(Empower)의 마르타 노튼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란 문제가 중심에 들어왔지만 AI 같은 다른 핵심 주제도 여전히 중요하다”며 “우리는 한동안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이 강한 반등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S&P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12%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5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술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로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크게 5가지다.

먼저 ‘유가 충격’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약95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보다 4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기업 실적 전망은 기존 감소에서 증가로 반전됐지만, 제조업과 운송업 등 연료 의존 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르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업들이 연료비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지만, 이는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AI 논쟁’이다. 최근 몇 달간 기술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가운데, 이번 실적을 통해 반등 여부가 가늠될 전망이다.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분기가 기술주가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업종은 AI로 인한 구조적 변화 우려가 여전히 크며, 관련 종목들은 올해 들어 모두 하락한 상태다.

셋째는 ‘사모신용 불안’이다. 환매 요청이 늘어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대출 가치 하락 신호가 나타나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는 ‘관세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대법원 판결 이후 구조가 바뀌었고, 현재는 10% 수준의 글로벌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기존 관세 체계만으로도 약26억달러 비용 증가를 예상한 바 있다.

마지막은 ‘소비 둔화’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관세 부담,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가능성이 겹치며 소비가 약화될지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소비는 이미 불안정한 상태였고, 유가 상승은 추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프리미엄 여행 수요는 견조하지만, 연료비 상승을 반영해 운임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비 격차가 확대되는 ‘이중 구조 경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이번 어닝시즌은 단순한 실적 발표를 넘어, 전쟁과 기술 변화, 정책 리스크가 기업 실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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