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파른데 노인복지 곳곳 ‘허점’

2026-04-13 13:00:04 게재

감사원 ‘노인복지제도 운영·관리실태’ 감사결과

요양보호사가 ‘돌봄 대상’ … 관리·감독 부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 노인복지제도의 핵심 두 축인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연금’ 수급자 수와 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제도 운영과 관리 곳곳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보호사 본인이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고액 자산가가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수급자에게 신체·가사활동 지원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신 기능을 갖춰야 하지만 점검 결과 2019~ 2024년 6월 기간 중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인정돼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113명의 요양보호사가 137명의 노인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약 3억2900만원의 급여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55명은 다른 요양보호사로부터 요양서비스를 제공받았고, 14명은 수급자보다도 더 높은 요양등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수급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출근 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등 질 낮은 서비스가 제공되는데도 건보공단은 이에 대한 실태 파악이나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고 노인장기요양급여만 받게 돼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확인됐다.

요양보호사가 일상생활 위주로 지원하는 노인요양급여와 달리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는 장애인 돌봄에 전문성이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일상생활 뿐 아니라 이동 서비스와 같은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장애인급여를 받던 장애인이 65세가 되면 원칙적으로 노인요양급여로 전환되고 장애인급여 종합점수와 장기요양등급별 점수 차가 42점 이상 등 조건을 충족해야만 보전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점수 차이가 42점 미만이면 노인요양급여만 받게 돼 급여량이 급감하고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돌봄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

또 장애 정도가 유사한 데도 65세 전 수급 이력이 있는 경우 장애인급여를 받는 반면, 65세 이후 장애가 발생하면 노인요양급여만 받을 수 있어 급여량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등 형평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고령 장애인이 장애인급여와 노인요양급여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장기요양기관 평가체계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수급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장기요양기관 평가를 실시·공표하는데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판정결과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이 있을 때에만 최하위등급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20~2023년 노인학대 판정을 받은 요양기관 410곳 중 50개 기관은 최우수등급(A)을 받았고, 이 가운데 29개 기관은 약 8억원의 수가 가산금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6개 기관은 노인학대로 행정처분을 받고도 건보공단의 업무소홀로 최하위 등급을 부여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결정하면서 ‘재산의 월 소득 환산액’에 해외 금융자산과 가상자산은 반영하지 않아 고액 자산가가 기초연금을 받은 일도 있었다. 감사원이 표본 점검한 결과 2023년 기준 해외 금융재산을 5억원 넘게 보유한 65세 이상 노인 624명 중 9명이 기초연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산의 월 소득 환산액 산정시 지역별 기본재산 공제 기준이 실제 주거비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전세보증금 등 주거유지에 필수적인 재산 보유가 기초연금 수급권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순으로 기본재산 공제액을 책정하고 있는데 감사원이 비교 점검한 결과 중소도시로 분류되는 경기도 내 18개 시의 중위전세가격은 대도시로 분류되는 6대 광역시의 구보다도 오히려 높았다. 그럼에도 18개 시 거주자는 기본재산 공제액을 광역시 거주자보다 5000만원 적게 적용받았다.

감사원이 18개 시의 공제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적용해보니 2023년 수급신청 탈락자 1만6452명 중 1053명은 수급자격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