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 방미길 오른 구윤철…경제팀 과제 첩첩산중

2026-04-14 13:00:01 게재

미·이란 협상 결렬로 유가 다시 100달러 넘어서 … 환율 1500원선 위협

에너지·금융 공조부터 ‘미 무역법 301조’ 통상압박 대응까지 현안 산더미

구윤철 부총리, G20·IMF·G7 재무장관회의 등 ‘릴레이 다자외교’차 방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구 부총리의 방미길이 가볍지 만은 않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극적인 휴전 합의 4일 만에 결렬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거센 후폭풍이 다시 몰아치고 있어서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되자, 안정세를 찾던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할 태세다.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모양새다.

14일 재경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현지 시간)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등 글로벌 경제 사령탑들이 모이는 이번 무대에서 구 부총리가 한국 경제에 닥친 복합 위기의 해법을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경제설명회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 재정경제부 제공

◆다시 막힌 호르무즈의 충격 = 지난 8일, 전쟁 발발 38일 만에 극적으로 이뤄졌던 2주간의 휴전 합의는 전 세계에 짧은 안도감을 줬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란의 핵 포기 확약을 둘러싼 양국의 견해 차이가 결국 파국을 불러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선언하자, 국제 에너지 시장은 요동쳤다.

전날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하루 만에 7~8%가량 폭등하며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 턱밑까지 차올랐다.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수급 불안과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급등은 단순히 에너지 비용 문제를 넘어 환율과 물가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되는 구조적 위기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금융 공조부터 투자 유치까지 = 구 부총리의 이번 방미 일정은 어느 때보다 촘촘하다. 다자회의 참석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알리는 ‘세일즈 외교’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밀착 대응’이 병행된다.

구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IMF·WB 춘계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 현황을 점검하고 통화·재정 정책 방향을 조율한다. 특히 프랑스가 의장국인 올해 G7 재무장관회의 특별세션에도 초청받아 글로벌 불균형 해소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욕에서는 아폴로, 블랙록, 핌코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 수장들과 면담을 갖고 한국 경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한다. 한국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비상 대응 체계와 펀더멘털을 직접 설명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프랑스,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 주요국 재무장관은 물론 IMF, WB, IDB, AIIB 수장들과의 연쇄 면담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개별 국가 간의 경제협력 기반을 다지고 국제기구 차원의 지원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법 301조 ‘통상 압박’ = 에너지·금융 위기 외에도 구 부총리가 짊어진 짐은 또 있다. 미국의 무역법 제301조 조사 대응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를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이 사법부의 제동으로 막히자, 미국은 이를 대체할 강력한 통상 압박 수단으로 301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 부총리는 이번 방문 기간 중 미국측 관계자들과 만나 우리 제조업의 기여도와 공정무역 의지를 강조하며, 우리 기업들에 가해질 수 있는 관세 보복 등 부당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선다.

구 부총리는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변화의 바람이 거셀 때 누군가는 장벽을 쌓지만, 누군가는 풍차를 세운다”는 격언을 인용했다. 당장의 대외 리스크에는 단단한 ‘대응의 장벽’을 쌓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의 풍차’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구 부총리의 방미 성과는 결국 국제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의 공조 약속을 받아내느냐,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의 파고를 넘어 한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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