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상위사 누가 강할까
제약업계 상위 기업들, 성장 엔진 달라
유한 ‘안정적’ 한미 ‘R&D’ 대웅 ‘글로벌’ 종근당 ‘혁신전환’ 장점 … “실적 현실화로 성장모델 기대"
2004년 이후 국내 제약기업들은 제네릭시대를 열었다. 2015년 이후에는 바이오시밀러 대형기업이 새 물결을 이뤘다. 2023년 이후에는 바이오텍 시대로 글로벌 상업화가 시작되고 기술 이전이 늘고 후기 임상 단계가 증가했다. 미국 시장 초기 진출이 이뤄졌다. 이러한 누적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또 다른 성장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의 최근 20여 년의 경험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큰 자산으로 자리매김된다. 그 가운데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동아제약 GW중외제약 일동제약 보령 삼진제약 광동제약 등의 경영전략과 기술개발 그리고 해외 기술 수출 및 현지 시장 진입 등 수많은 경험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제약업계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원들로 평가된다. 그 가운데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4개사의 특장점들을 비교해 보고 올해 실적 향상을 기대해 본다.
국내 상위 제약사 경쟁은 이제 단순한 매출 순위 싸움이 아니다. 2025년 실적을 보면 유한양행은 연결 매출 2조1866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으로 외형 1위를 지켰다. 한미약품은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보여줬다. 대웅제약은 매출 1조5708억원, 영업이익 1967억원으로 성장성과 이익을 동시에 키웠다. 종근당은 매출 1조6924억원으로 외형을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805억원으로 감소했다.
숫자만 보면 모두 상위권이지만 돈을 버는 방식과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은 뚜렷하게 갈린다.
◆유한양행 =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안정성과 글로벌 신약 수익화’로 두드려지게 평가된다. 유한양행은 2025년 매출 2조1866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해외사업 확대와 제품 매출 비중 증가, 원가율 개선을 실적 개선 배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유한양행은 전통적인 국내 대형 제약사에서 글로벌 신약 성과를 실적에 반영하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유한양행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렉라자 같은 혁신신약 △‘고지혈증치료 복합제’ 로수바미브 같은 대형 처방품목 △‘근육통 관절통 외용제’ 안티푸라민 같은 장수 일반약 브랜드가 함께 버티는 구조다. 이 조합은 특정 품목 의존도를 낮추는 장점이 있다. 다른 회사들이 한두 개의 히트 품목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반면, 유한양행은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해외사업·원료의약품까지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경기 상황과 약가 변화, 경쟁품 출현에 대한 방어력이 높은 장점이 있다.
◆한미약품 = 한미약품의 핵심 경쟁력은 ‘국내 처방시장 지배력+높은 수익성+강한 R&D 투자’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2025년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6.7%에 달했다. 한미약품은 같은 해 매출의 14.8%인 229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상위 제약사 가운데도 한미약품은 ‘많이 파는 회사’이면서 동시에 ‘연구개발을 많이 하는 회사’라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제품 경쟁력만 놓고 보면 한미약품은 4개회사 가운데 국내 원외처방 시장 장악력이 가장 선명한 회사다. 회사는 2025년에 8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달성했다. ‘고지혈 복합제’로수젯은 연간 처방 매출 2279억원,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패밀리는 145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위염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에소메졸은 약효 변동성을 줄이고 장에서 유효 성분이 방출되도록 제형을 설계한 개량신약으로 위산억제제(PPI) 시장 1위를 이어온 품목군이다. 한미약품은 혁신신약만으로 승부하는 회사라기보다 복합제·개량신약을 통해 실제 처방시장 점유율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강한 기업인 셈이다.
미국 시장에서 순항 중인 호중구감소증 신약 롤베돈(한국 제품명 롤론티스)은 기술수출 성공 사례이자 안정적 해외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출시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 규모(약 7000만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그래서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경쟁력을 보면 유한양행의 강점은 안정성과 개방형 혁신의 결합이고 한미약품의 강점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R&D를 지속하는 실행력이다. 쉽게 말해 유한양행은 장기 체력, 한미약품은 공격력이 강한 모양새다.
◆대웅제약 = 대웅제약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자체 신약의 글로벌화’를 밀어붙인 회사로 평가된다.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5708억원, 영업이익은 1967억원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사업보고서에는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2025년 매출이 2289억원으로 처음 2000억원을 돌파했다고 제시됐다. ‘위산억제제’ 펙수클루와 ‘신장기반 당뇨치료제’ 엔블로도 회사가 ‘3대 혁신 신약’으로 내세우는 축이다.
대웅제약의 차별점은 ‘국내에서 잘 파는 약’을 넘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려는 전략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나보타는 미용·에스테틱이라는 글로벌 시장성이 큰 분야에 올라타 있고 펙수클루는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해외 허가와 기술수출을 넓혀가고 있다. 엔블로 역시 당뇨 시장에서 국내 신약 지위를 바탕으로 동남아·중남미 등으로 확장을 시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KOTRA의 세계일류상품 선정에 나보타·펙수클루·엔블로가 함께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은 유한양행 한미약품과는 다른 결이 있다. 유한양행이 렉라자 중심의 글로벌 신약 로열티 구조를 키우고 한미약품이 국내 처방 블록버스터를 축적해온 회사라면, 대웅제약은 자체 브랜드를 해외 판매 전선에 직접 세우는 데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볼 수 있겠다.
특히 나보타는 의사 처방 중심의 전문약과 달리 글로벌 미용시장에서 브랜드 경쟁을 해야 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대웅제약의 해외 영업·마케팅 역량을 시험하는 대표 사례다.
한편 대웅제약은 2026년 한 해에만 4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종근당 = 종근당은 4개 회사 중 가장 복합적인 위치에 있다. 외형은 여전히 크다.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6924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05억원으로 19% 감소했다. 회사는 판관비와 연구개발비 증가가 수익성 저하로 설명했다. 현재 종근당은 CKD-510(HDAC6저해제, 노바티스에 기술수출), CKD-702(cMET+ EGFR 동시타킷 이중항체), CKD-703(cMET 타킷 차세대항암모달리티) 같은 파이프라인과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를 앞세워 ‘연구개발형 제약사’로의 더 높은 가치평가를 노리고 있다.
종근당의 기존 강점은 강한 영업조직을 바탕으로 한 도입품목·공동판매 품목의 시장 장악력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주요 품목에는 ‘골다공증치료제’ 프롤리아와 ‘고지혈증 복합제’ 아토젯이 올라와 있으며 프롤리아 매출은 1467억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4개사의 경쟁구도를 한 줄로 정리하면 △유한양행은 가장 안정적인 1위권 사업구조 △한미약품은 가장 강한 처방영업력과 수익성 △대웅제약은 가장 공격적인 글로벌 브랜드 확장 △종근당은 연구개발 중심 성과 달성 과제를 안고 있는 회사인 셈이다. 지금 당장 실적의 질만 놓고 보면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수익성 측면에서 돋보이고 외형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유한양행이 우위다. 종근당은 ‘향후 파이프라인 현실화’가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판도는 각사의 대표 성장축이 얼마나 현실 매출로 이어지느냐에 달렸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글로벌 확장 속도가 중요하다. 한미약품은 로수젯·아모잘탄 같은 블록버스터를 유지하면서 비만·대사 신약으로 다음 성장축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펙수클루·엔블로의 해외 확장이 핵심이다. 종근당은 CKD-510 등 기술수출 파이프라인이 실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지가 승부처다.
결국 국내 상위 제약 4사의 경쟁은 이제 ‘누가 더 많이 파느냐’보다 ‘누가 더 좋은 성장모델을 증명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