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미가입자 명단 파장 확산
사내 메신저로 유포 의혹
개인정보·노동권 충돌 논쟁
삼성전자 내부에서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작성·유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개인정보 침해 문제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임직원의 부서명, 성명,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포함된 명단이 유포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다음 날 사내 공지를 통해 “특정 부서 단체 메신저에서 수십명의 부서명, 성명,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명단은 일부 직원들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활용해 비노조원을 식별한 뒤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명단은 단체 메신저 등을 통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노조 차원의 조직적 행위인지, 일부 구성원의 일탈인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앞선 노조측 발언과 맞물리며 더 커지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전환 배치나 해고 상황에서 우선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보복성 관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 활동과 개인의 선택권이 충돌하는 사례로 평가가 나온다. 노동자는 헌법상 단결권에 따라 노조에 가입할 자유가 있지만, 동시에 가입하지 않을 자유도 보장된다. 이른바 ‘소극적 단결권’이다.
법조계에서는 노조 가입 여부를 식별해 명단을 만들거나 공유하는 행위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본다. 특히 이를 바탕으로 인사상 불이익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조직 내에서 차별이 발생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노조 가입 여부나 쟁의행위 참여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특정인을 식별해 명단을 만드는 행위는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사실상 참여를 강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활동의 실효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는 집단적 참여가 전제되는 만큼 참여 여부를 일정 부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노동권과 인권, 조직 내 권력 관계가 교차하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뿐 아니라 업무방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위반 등 복합적 법적 책임이 적용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겹치면서 내부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쟁점은 ‘어디까지가 정당한 노조 활동인가’로 모인다.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노조 활동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조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 범위뿐 아니라 향후 노사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