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포기하면 번영 열어주겠다”

2026-04-15 13:00:05 게재

트럼프, 이란에 ‘그랜드바겐’ 압박 … “48시간 안에 뭔가 일어날 수도”

1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 조지아대학교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유에스에이 행사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앤드루 콜벳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에서 부분 봉합이 아니라 핵 문제와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대이란 경제 복원을 한꺼번에 묶는 이른바 ‘그랜드바겐’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띄운 데 이어 JD 밴스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구상이 ‘스몰딜’이 아닌 포괄적 합의라고 못 박았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에서 열린 보수성향 단체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대통령이 합의를 만들고자 할 때 작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랜드바겐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파키스탄 중재로 열린 미·이란 1차 종전 협상에서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끈 인물이 밴스였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현재 백악관 협상 전략의 성격을 직접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밴스는 트럼프의 대이란 제안을 “매우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할 경우 미국도 이란을 “경제적으로 정상적인 국가처럼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당신들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우리는 이란을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 트럼프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이 핵을 포기할 경우 “이란 국민들을 세계 경제로 초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놓은 메시지와 정확히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관련해 “당신은 정말이지 거기 머물러야 한다”며 “왜냐하면 향후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도 있고 우리가 그곳으로 갈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곳’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그 배경으로 파키스탄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총사령관을 거론하며 “군 최고위 인사가 매우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이 단순한 장소 제공국이 아니라 미·이란 간 재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중재 채널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니르는 앞선 1차 회담 과정에서도 미국과 이란을 잇는 실질적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이번 메시지는 여전히 전형적인 압박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앞선 인터뷰에선 차기 회담이 파키스탄이 아니라 “좀 더 중심적인 곳, 아마도 유럽”에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해 신호를 엇갈리게 보냈다.

또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해 왔다”며 기간을 둔 제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나아가 “이란이 승리했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발언은 이번 협상의 목표가 단순한 충돌 봉합이 아니라 이란의 전략적 후퇴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가 말하는 ‘그랜드바겐’은 휴전 하나만 떼어내는 거래가 아니라 핵 포기와 해상 긴장 완화, 경제 제재 완화 가능성, 이란의 국제경제 복귀까지 패키지로 엮는 구조에 가깝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미국은 이란에 “핵을 포기하면 체제 생존과 경제 회복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제안을 던지는 반면 거부하면 해상봉쇄와 군사 압박을 지속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이 구상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 완화 흐름과도 연결된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를 시작한 뒤에도 이란을 목적지로 하지 않는 중립국 선박들의 해협 통과는 일부 재개했다. 하루 동안 20척이 넘는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는 언론 보도는 전면 차단 일변도에서 제한적 관리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이를 협상 진전의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뉴욕증시는 강세를 보였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전쟁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기보다는 외교적 출구를 향해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여전히 남은 변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정보수장 데이비드 바르네아는 “이란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는다”고 밝히며 핵 동결이나 제한적 합의 수준을 넘어 정권교체에 가까운 목표를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미국이 핵 포기와 휴전, 경제 정상화를 맞바꾸는 포괄 합의를 추진하더라도 이스라엘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면 군사적 긴장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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