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면 사라지는 선불충전금 ‘관리 공백’

2026-04-15 13:00:26 게재

낙전수익, 서민금융 지원 법안

논의 안되고 상정 단계서 멈춰

OO페이, OO머니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이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남은 ‘선불충전금’ 관리 체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소멸시효가 지난 충전금이 이용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기업의 수익으로 직결되고 있어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용자가 잊고 지내는 선불충전금은 매년 수백억원 규모에 달한다. 현행법상 선불충전금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분류돼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 5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며, 이 잔액은 발행 사업자의 회계상 영업외수익인 이른바 ‘낙전수익’으로 귀속된다.

13일 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선불업자의 낙전수익(실효충전금액)은 △2021년 488억원 △2022년 470억원 △2023년 558억원 △2024년 601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문제는 이용자 대다수가 소멸시효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2025년 권익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소멸시효를 모른다’고 답했다.

2023년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선불충전금 전액에 대한 별도 관리 의무가 부과되는 등 보호 조치는 강화됐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관’ 단계에 국한될 뿐 시효가 완성된 이후의 ‘관리’나 ‘환급’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시효가 완성된 선불충전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김우영·허성무 의원)이 발의돼 있다. 낙전수익의 사유화를 막고, 원권리자에게 통지해 권리 회복을 돕는 동시에 해당 재원을 서민금융 지원에 활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2024년 발의 이후 본격적인 논의 없이 안건 상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관계자는 15일 “정무위에 올라 있는 다른 법안들에 밀려서 이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가 낸 ‘잠자는 페이·머니는 누구의 것인가’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산 보호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휴면예금은 물론 상품권 등 일정 기간 청구되지 않은 모든 자산을 주 정부가 관리하는 ‘방치자산관리제도’를 시행 중이다. 원권리자는 시효와 관계없이 언제든 자산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캐나다 역시 법적으로 상품권의 유효기간 설정을 금지해 소비자의 재산권을 강력하게 보장한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 맞춰 현행 민·상법상의 시효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자료의 전산화와 장기 보존이 용이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효 제도는 아직도 민법이 제정된 1958년과 상법이 제정된 1962년에 머물러 있다”면서 “기술이나 제도로 현실적인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방치자산관리모델의 도입을 검토해 실질적 형평을 구현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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