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절차서 배제…소년사법, 회복으로 전환해야”

2026-04-15 13:00:29 게재

탁틴내일·이주희 의원 공동 국회 토론회서 제기

디지털 성범죄 절반 넘어…“처벌보다 일상 회복”

촉법소년 사건에서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은 물론 결과조차 통보받지 못한 채 배제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량을 높이는 처벌 강화 중심 대응으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탁틴내일과 이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4일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 ‘청소년 성범죄 대응과 피해자 회복을 위한 통합적 접근 모색’에서 발제자들은 “현행 소년사법 체계는 가해자 보호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피해자를 절차 밖에 두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피해자 권리가 배제되는 기존 사법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욌다.

전다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촉법소년 사건에서 피해자 권리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사건은 형사 절차가 아닌 보호 절차로 진행되면서 피해자가 수사 과정이나 심리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처분 결과도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서는 피해자의 불안이 더 커진다. 가해자의 휴대전화나 계정에 대한 강제 수사가 제한돼 피해 영상의 유포 여부나 확산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제자들은 이를 “가해자 보호를 위해 설계된 제도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추국화 노원청소년성상담센터장은 처벌 중심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 처벌 자체보다 다시는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과 일상 회복”이라며 “형량 중심 접근은 피해 회복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추 센터장은 청소년 성범죄를 발달적 특성과 디지털 환경, 사회적 방임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성교육 공백과 왜곡된 온라인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관계’와 ‘동의’에 대한 기본 인식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토론회에서는 이른바 ‘조용해진 범죄’로 인해 더 위험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희진 탁틴내일 기획팀장은 청소년 범죄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6~2025년 재발 방지 프로그램 참여 청소년을 분석한 결과, 외부로 드러나는 문제 행동은 감소한 반면 우울·불안 등 내재화 문제는 심화됐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비중은 24.3%에서 52.2%로 증가해 절반을 넘어섰다.

정 팀장은 “청소년 범죄가 외현적 폭력에서 온라인 기반의 은밀한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사법화’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학교가 갈등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해와 피해를 가르는 법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사과가 불리한 증거로 작용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들은 책임보다 방어를 먼저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가해자는 성찰 기회를 잃고, 피해자는 회복 기회를 잃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처벌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회복적 사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를 직접 인식하고 이를 복구하도록 하는 방식이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추 센터장은 “회복적 정의는 면죄부가 아니라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직면하고 복구하도록 하는 가장 무거운 책임의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디지털 증거 보전 제도 도입 △소년심판 내 피해자 진술권 보장 △처분 결과 통지 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발제자들은 “형사법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며 “사건 처리 중심 체계를 피해자 권리 보장과 회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피해자는 계속 절차 밖에 남게 된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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