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위법 수사 정황 ‘속속’

2026-04-15 13:00:47 게재

국조특위 청문회 … 이화영 “검찰 조서 허위”

방조로 선처 약속 정황 통화 녹취 추가 공개

박상용 선서 거부 … 수원고검장 “반성·송구”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적법 절차를 위반한 정황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회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4일 개최한 청문회에서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제가 2023년 5월과 6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등에 불려 갔을 때 김영남(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장, 현 변호사) 증인이 진술한 사실확인서 등은 남긴 적 없고, 대질신문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검찰 조서가 없거나 허위로 작성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2023년 5~6월 집중적으로 김성태(전 쌍방울 회장), 방용철(전 쌍방울 부회장), 이화영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소환했는데 대질조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남겼느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영남 변호사가 “필요하면 신문조서를 남기고, 조서를 남기지 않을 경우에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라고 이야기했다, 대질조서도 남긴 걸로 알고 있다”고 대답하자 이 전 부지사는 발언권을 얻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부분에 대해선 서울고검에서 감찰할 때 4차례 출석해 진술했을 뿐 아니라 감찰팀에서 다 확인된 내용”이라고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제가 검찰에 불려 가 면담하고 진술세미나 할 때 설주완 변호사가 참여했다고 면담보고서에 적혀 있는데 (설 변호사가) 온 적이 없다”며 “2023년 5월 19일 조서에 설주완이 무려 7시간 30분 면담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서울고검 감찰팀에서 확인하니 그날 설 변호사는 골프치며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고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이 전 부지사는 “제 사건 관련 압수수색 수백회, 압수 물품만 5만건 이상 압박받으며 별건으로 30건 가까이 입건됐다”며 “이재명 대통령, 이해찬 전 총리 등 저와 관련된 사람에 대한 구속 압박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이 전 부지사를 직접 수사한 박상용 검사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의 통화 녹음도 추가로 공개됐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3년 5월 25일 통화 녹취에 따르면 서 변호사가 “하여튼 방조 그 부분 약속은 지켜주시고”라고 하자 박 검사는 “당연히 지키죠”라고 말했다.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를 방조범으로 만들어 형을 낮춰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도 “박 검사가 나를 방조범으로 해서 형을 낮추고 바로 석방해주겠다는 제안을 반복적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김영남 변호사는 “제가 알기론 변호인측에서 선처를 구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가 나왔다”면서도 “저 워딩 자체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박상용 검사는 윗선에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고, 윗선을 설득해서 (수사를) 무마하겠다고 얘기했는데 보고받은 적 있느냐”는 전 의원 질의에 “수사 진행 보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이런 내용들은 없었다”고 답했다.

박 검사와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김 변호사의 진술이 엇갈린 것인데 정작 박 검사는 이날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퇴장 당해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박 검사는 지난 3일 기관보고에서도 ‘특검에 의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취소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조건을 걸며 증인선서를 거부해 퇴장당한 바 있다.

박 검사는 국회 증언은 거부하면서도 방송 등에 출연해 공개된 통화 녹취는 일부만 발췌돼 왜곡된 것으로 진술 회유나 설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청문회에는 통화 당사자인 서 변호사와 수사 대상이었던 이 전 부지사 등이 증인으로 참석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박 검사는 끝내 증인선서를 하지 않아 진술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이정현 수원고검장은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해 “매우 잘못된 수사방식”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제가 대표할 입장은 아니지만 속죄의 말씀을 드리는 게 검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께 ‘환부만 도려내는 절제된 수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철저하게 이행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북한 대남공작원 리호남의 필리핀 체류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졌다.

리호남은 지난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쌍방울측으로부터 70만달러를 건네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아태 평화·번영 국제대회에 불참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관계자는 당시 필리핀에는 리호남이 없었다고 재확인했다. 쌍방울과 함께 대북사업을 추진했던 KH그룹 조경식 부회장도 ‘당시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씨와 동행했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잤는데 제3자가 들어온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태평화교류협회 김국훈 본부장 역시 “당시 리호남이 온 적이 없으며 그는 그 시기에 중국 북경에 머물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리호남이 필리핀에 있었다고 증언한 이는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뿐이었다. 그는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직접 만났다”며 “오카다 호텔 후문 쪽으로 왔고, 제가 김 전 회장이 있는 방까지 안내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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