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안에 서로 등돌린 농업계
개혁에는 찬성, 농협법 개정안에는 이견 … 농협 지역조합장별 집단 움직임
정부와 여당이 농협 개혁에 속도를 내자 농협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국 농협 조합장들은 지역별로 의견서와 담화문 등을 발표하며 농협 개혁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에 우려한다고 맞섰다.
16일 농협과 국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농협개혁안에 대해 농협 내부에서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농협 조합장들이 지난 9일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국회를 상대로 조직적인 입법 저지 로비를 벌이고 동원 집회까지 계획하며 농협 개혁을 집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전종덕 의원에 따르면 농협 조합장들은 대책위에서 농협에 우호적인 의원실 대상 반대법안 발의 추진, 중앙 일간지 등을 통해 성명서 홍보, 집단행동 실시 필요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 내부에서 당정의 개혁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협 내부에서는 우선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가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방식, 정부의 인사추천위원회 참여, 농협 감사위원회 신설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조성됐다. 농협이 자체 구성한 농협개혁위원회의 방향과도 엇박자가 났다.
이에 따라 울산농협 운영협의회, 광주광역시 조합장협의회, 경북농협운영협의회 등 지역 농협 조직들은 “농협개혁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에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민주적 운영원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각각 반대 성명을 냈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감독권 확대는 관치 개혁과 협동조합의 자율과 독립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김명열 광주광역시 조합장협의회 회장은 “농협 관련 개혁법안 입법 절차가 국회나 정부 주도로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실효성 있는 개혁이 이뤄지도록 농협의 구성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줄 것을 간곡히 건의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14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농협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윤준병 임미애 임호선 박덕흠 김선교 의원등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이 다수 올라가 있다.
이중 여당 윤준병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이 당정의 의견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중앙회와 지주,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관리감독할 별도의 통합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정부의 감독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 김선교 의원은 외부보다 내부 통제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모두 농협 개혁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지만 농협 조합장들은 김선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협 개혁을 강하게 주문해온 단체들은 농협 조합장들의 집단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김희상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중앙회장 직선제는 187만 농민의 정당한 권리이자 농협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당정은 기득권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즉각 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은 “개혁이 계속 저지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