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브로이-대한제분 분쟁해소
중기분쟁조정위 결정, 대한제분 상생기금 출연 … "분쟁조정 악용 우려"
수제맥주 전문기업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길고 긴 분쟁이 해소됐다. 양측이 소송보다 조정을 통한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분쟁조정이 제도적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한성숙)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간 분쟁이 중기부 소속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완전히 해소됐다”고 16일 밝혔다.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간 분쟁은 ‘곰표 밀맥주’와 관련한 협업 및 상표권 계약 종료과정에서 양측 이견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중기부는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양측의 기업경영은 물론 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조정을 추진했다. 분쟁발생 3년, 조정개시 6개월만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양측은 서로 제기한 신고,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대한제분은 상생협력기금 출연을 통해 세븐브로이와의 상생에 힘쓰기로 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대한제분의 상생협력기금 출연식이 열렸다.
대한제분이 출연한 상생협력기금은 세븐브로이의 경영안정, 기술개발, 판로개척 등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폭넓게 쓰여질 예정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장기간 이어온 법적분쟁이 상호이해와 존중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조정·중재 활성화를 위해 법원과 적극 협력하면서 직권조정·1인조정 도입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 평가와는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기업 전문가 A씨는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분쟁에서 시간끌기로 대응해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며 “분쟁조정 결정이 자칫 대기업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정결정이 턱없이 적은 돈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가해기업이 상생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벤처스타트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분쟁조정도 회생절차에 있는 세븐브로이가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조정결정에 따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씨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하도급법에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이 도입돼 영업비밀 소송에서 필요한 자료확보를 막는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제분은 2020년 세븐브로이와 협업을 통해 밀가루브랜드 ‘곰표’를 활용한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출시 후 3년간 6000만캔이 팔렸다. 국내 수제맥주 붐을 일으켰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는 2023년 계약 종료 이후 갈등이 발생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을 종료한 후 제조사를 제주맥주로 교체하고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새롭게 내놨다. 이에 세븐브로이는 ‘기술탈취’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대한제분은 “정상적인 제조사 교체였다”며 기술탈취 의혹을 반박했다. 세븐브로이는 경영악화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