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생활공약 연속 발표…국힘, 공약 발표 2주째 정체
민주, 생활밀착형 공약 ‘착붙 시리즈’ 공개
국힘, ‘반값 전세’ 1호 발표 후 공약 멈춤
야당 무기력·구도 선거 등 공약경쟁 한계도
6.3 지방선거 공약을 놓고 여야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쟁 추경’에 이어 국민참여형 생활공약을 내놓고 이슈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1일 ‘반값 전세’ 공약을 내놓은 후 2주가 넘도록 무소식이다. 가뜩이나 여당에 유리한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제1야당의 대응이 무기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착붙 공약’ 발표회를 가졌다. ‘착붙 공약’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민주당의 6.3 지방선거 광역 공약이다. 민주당이 전국에 내건 현수막과 민주당 홈페이지 큐알(QR)코드를 통해 접수된 국민 의견을 모아 전담 의원과 일대일 매칭해 공약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소득 기준 없이 65세 이상 어르신 거주 가구에 형광등 교체·수도꼭지 교환 등 생활 수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그냥해드림센터’ 설치를 1호로 제시했다. 이후 △‘결혼 인센티브 예스(YES)’ △‘전기차 스트레스 제로’ △‘심야 스쿨존 탄력 속도제한’ △‘안전한 개방 화장실 지원 바우처’ △‘내 가족 내가 돌봄 인정업(UP)’ △‘은퇴 후 건보료 폭탄 아웃(OUT)’ 등의 공약을 순차적으로 내놨다. 정청래 대표는 ‘착붙 시리즈’와 관련해 “국민의 제안을 민주당 전담 의원이 검토해 공약으로 만드는 상향식 구조”라며 “6.3 지방선거의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의힘도 지난 2월부터 지방선거 대비 공약 마련에 착수했었다. 공약개발본부가 ‘경제, 청년, 인구·지역’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력하면 보상받는 나라’,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나라’, ‘기술·인구·지역이 함께 살아나는 대한민국’이라는 3대 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후 지난 1일 지선 1호 공약으로 ‘반값 전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노인정 무료 점심 제공 △장년층 최저임금 제도 신설 등 노인과 청년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부동산 공약 외에 추가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발표 일정 자체가 순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간담회 등도 구체적 성과와는 거리가 있다.
지방선거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책공약 등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SNS에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피눈물 나는데 해외여행 화보 찍으시냐. 꼭 이런 걸 공개해 민주당에 조롱받고 국민의힘 당원들 억장 무너지게 해야겠느냐”고 비판했다. 제1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이 가뜩이나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선거 구도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정지원론이 강한 상황에서 야당이 현안 대응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공약도 선제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권 견제론이나 야당 대안론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권에 대한 평가 위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야의 공약경쟁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한계론도 거론된다. ‘정권 심판’ 혹은 ‘국정 안정’ 프레임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공약에 대한 집중도가 약화된다는 논리다. 중앙선관위가 2025년 6.3 대선과 관련해 실시한 3회의 유권자 의식 조사(2025년 5.2~3, 24~25, 6.4~24일)에 따르면 선거 이전에는 후보자의 능력이나 정당의 공약 위주로 투표 후보를 염두에 뒀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소속 정당 이슈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 교육감 선거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 ‘정당 기호’를 먼저 떠올리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상당수 공약이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나 세제 개편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들”이라며 “야당이 공약 선거를 하는데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물론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공약이 쟁점이 된 선거도 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와 2010년 제5회 선거가 대표적이다. 2006년 선거에서 수도권은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 성공 이후 ‘뉴타운’ 지정 공약이 선거를 좌우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 후보들도 자신의 지역구에 뉴타운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뉴타운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내건 ‘무상급식’ 공약이 전체 선거 판세를 흔들었다. 김상곤 당시 경기교육감이 쏘아 올린 ‘무상급식’ 카드를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지방선거를 넘어 한국 정치사 전체의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호탄이 되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의 전면적 실시를 주장했고 학부모 표심을 자극한 것은 물론 야권 연대의 핵심 연결고리가 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을 ‘선거용 포퓰리즘·세금 폭탄’으로 규정하고,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로 맞섰다.
결과적으로 무상급식 프레임을 선점한 민주당이 우세한 선거였고, 무상급식 논쟁은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사퇴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