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전 바람, 부산 표심도 흔들까

2026-04-17 13:00:03 게재

민주, 전재수로 ‘어게인 2018’ 국힘, ‘박형준 3선’ 결집 총력전

“에휴. 빨간당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소. 국민한테 총부리 겨눠놓고 표 달라카나.”

16일 부산의 중심 부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장 모(62) 씨는 “계엄이 성공했다면 진짜 어쩔 뻔했겠나”며 “미워서라도 빨간당은 안 찍는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점포 상인 최 모(76) 씨도 “잘한 게 뭐가 있다고 찍겠냐. 이번 기회에 다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생 보수만 찍어왔다는 한 상인도 “변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싸움만 하는 국민의힘이 짜증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시장 선거 6.3 지방선거 최대 관심지인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전재수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박형준 현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각각 확정됐다. 사진 곽재우 기자·연합뉴스

보수 아성으로 불리던 부산이 흔들리고 있다. 14일부터 16일까지 부전시장과 팔도시장, 구포시장, 수정시장 등에서 만난 상인들 가운데 대놓고 국민의힘을 응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은 ‘함구’하거나 “그래도 안 되겠나”라며 조심스럽게 말할 뿐, 예전처럼 자신 있게 두둔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전재수’ ‘해수부’는 상인들 사이에서 쉽게 오르내렸고,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 뉘앙스를 남겼다.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수치도 심상치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MBC 의뢰로 지난 12~13일 18세 이상 부산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한 ARS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8%는 전 의원을 꼽았다. 박 시장은 35.2%였다. 민주당에는 기대감을, 국민의힘에게는 위기감을 주는 수치다. 문제는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나타나는 여론조사에서는 전 의원에게 유리한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이 ‘어게인 2018년’을 꺼내 들 만한 흐름이다. 이번 부산 선거엔 전국 변수에 해양수산부 이전이 더해졌다. 전재수-박형준 대결은 단순한 여야 승부를 넘어 부산 보수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묻는 선거가 됐다. 2018년 지방선거가 남북 화해 무드와 정권 초반 기대감이라는 특수성이 컸다면,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한 반감에 더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부산이 해양수도로 힘을 받는 흐름이 겹친다. 해수부 이전이 상징에 그치지 않고 실제 표심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민주당 안팎에서 커지는 이유다.

초반 기류는 전재수 의원 쪽으로 기운 듯하다. 박 시장의 정치적 고향인 수영 팔도시장에선 “예전 같으면 무조건 빨간당이었는데 요샌 손님들 말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전시장에서도 “박형준도 결국 윤석열과 같은 당 아니가” “한 게 뭐 있다고, 바꿀 때 되지 않았나”라는 말이 이어진다. 북구 구포시장에선 “3선 우리가 밀어줬으니 시장까지 밀자는 분위기가 있다” “해수부 이전도 해냈으니 다른 일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전 의원의 이름값과 집권 여당 프리미엄이 맞물리며 예전보다 훨씬 해볼 만한 선거라는 인식이 퍼지는 모습이다.

부산시장 선거 6.3 지방선거 최대 관심지인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전재수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박형준 현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각각 확정됐다. 사진 곽재우 기자·연합뉴스

하지만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해수부 이전의 상징인 동구 수정시장은 공기가 다르다. 반찬가게를 하는 강 모(68) 씨는 “집도 주부도 아이도 다 동구에는 없는데 장사가 되겠나. 해수부가 오기는 왔나”라고 말했다. 해수부 정문 앞 식당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밥집 주인은 “구내식당이 그렇게 잘 갖춰져 있다는데 점심때 밖으로 나오겄나. 오후 6시만 되면 통근차로 다 실어가버려 저녁 장사도 도움 안 된다”고 했다. “매출이 오히려 더 줄었다” “주차 불편만 가중됐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기대했던 해수부 효과가 아직 장사와 매출로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생각하는 만큼 해수부 이전이 곧장 표심 이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구포시장에서도 “북구에서 키워놨더니 떠나고 철새들만 온다”는 서운함이 따라붙는다.

바닥 깊숙히 깔린 보수 정서도 서서히 싹튼다. 수영시장 한 상인은 “불만은 많아도 막판 가면 박형준 시장 3선 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3당 합당 이후 이어진 “우리가 남이가”식 보수 결집 정서가 여전히 바닥 깊숙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일부 상인들은 “아직 선거는 시작도 안 했다”며 “지금은 욕하고 있어도 막상 선거날에는 표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해수부 이전 바람이 시장 자리까지 바꿔놓을지, 아니면 보수 본류가 다시 박형준 쪽으로 응집할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부전시장 한 상인은 “지금은 전재수가 바람 타는 것 같아도 부산은 끝까지 봐야 한다. 막판 가면 또 결집하고 까보면 몇 표 차이 안 날 끼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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