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일정 연장한 장동혁
‘빈손’ 비판…‘체제 전쟁’으로 돌파 시도
방미 겨냥 “놀러나갔냐” “근무지 이탈”
지원유세 거부당하는 ‘식물 대표’ 위기
선거서 ‘체제 전쟁’으로 보수 결집 기대
북갑 무공천? “꼭 공천” … 박민식 유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귀국을 사흘 늦췄다. “미 국무부쪽 연락을 받고 일정을 늘리게 된 것으로 이해한다”(박준태 비서실장)는 설명이다.
귀국이 늦춰졌지만,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이뤄진 방미에 대한 당내 평가는 일단 싸늘하다. “빈손”이라며 낙제점을 매긴다. 반면 장 대표측은 “방미 성과를 바탕으로 체제 전쟁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선거에 이념 이슈를 던져서 보수층 결집을 끌어낸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장 대표가 당내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리더십 붕괴로 치달을지, 정면돌파로 대표 연임에 성공할지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17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 대표의 방미에 대해선 비판이 주를 이룬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제1야당 대표가 미국까지 갔는데, 중량감 있는 미국쪽 인사를 만나지 못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굳이 선거를 앞두고 미국까지 갔으면 부통령이든 장관이든 만나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러니 놀러나갔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석준 의원은 SNS에 “전쟁 중 총사령관의 근무지 이탈, 탈영 아니냐”라고 썼다.
당내에선 “장동혁 리더십이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장 대표를 찾기는커녕 지원 유세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사실상 ‘식물 대표’로 전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부산·경남 출마 후보들은 부산 북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전 대표와 손 잡으면서 장 대표의 리더십 붕괴를 재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가 사퇴하는 수순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반면 장 대표측은 방미를 계기로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15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 의회와 싱크탱크, 국무부 등을 방문해 여러 의제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방미 중 공화당 의원들과 헤리티지 재단·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 관계자 등을 만났다. 보수색채가 강한 인사들이다.
장 대표는 이들 보수인사들로부터 얻은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지방선거를 ‘체제 전쟁’으로 치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해 말 “내년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싸움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켜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라며 “제2의 건국 전쟁이자 체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체제 전쟁 프레임을 앞세우면 보수층이 다시 결집하면서 불리했던 판세를 상당부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는 눈치다. 고전이 예상됐던 서울과 부산 등 전략지역을 사수하면 지방선거 뒤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엿보인다.
장 대표는 부산 북갑에 무소속 출마한 한동훈 전 대표 논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당 일각에서 무공천으로 한 전 대표의 당선을 돕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장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는 게 공당으로서 당연한 역할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의 원내 진입만큼은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후보로는 북갑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보훈부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