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줄었는데 사망자는 늘어

2026-04-17 13:00:06 게재

사고 감소 중심 정책 한계 드러나

고령 운전자·보행자 위험 증가세

교통사고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다시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서 확인된 이 같은 흐름은 교통안전 정책의 방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5년 교통사고는 19만3889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부상자는 27만1751명으로 2.4% 줄었다. 그러나 사망자는 2549명으로 1.1% 증가했다.

사고는 줄고 사망은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한 수치 변동이 아니라 구조 변화로 해석된다. 사고 건수 감소 중심의 정책이 일정 성과를 냈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최근까지 이어지던 사망자 감소 흐름이 멈춘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변화의 핵심 요인은 고령화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사망자는 843명으로 10.8% 늘었다. 고령 인구 증가와 운전면허 보유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교통사고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층은 반응 속도 저하와 시야 축소 등 신체적 요인으로 사고 위험이 높고, 사고 발생 시 치명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자체보다 사고 이후 피해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행자 사고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사고 건수는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증가했다. 경미한 사고는 줄었지만 치명적 사고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고령 보행자는 이동 속도가 느리고 야간 시인성이 낮아 사고에 취약하다. 사고는 오후·저녁뿐 아니라 아침 시간대에도 집중돼 일상 이동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륜차 사고도 구조 변화의 단면이다. 사고 건수는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증가했다. 이륜차는 신체 보호 장치가 부족해 사고 발생 시 치명도가 높다. 최근 배달 산업 확대 등으로 이용이 늘었지만 안전장비와 보호 체계는 충분히 강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가장 높아 고령화와 결합된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정책 효과가 확인되는 영역도 있다. 음주운전 사고는 6.2% 감소했고 사망자는 12.3% 줄었다. 음주측정 방해행위 처벌과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등 제도적 개입이 실제 사고 감소로 이어진 사례다.

화물차와 고속도로 사고도 감소세를 보였다. 적재불량 단속과 졸음운전 예방 교육 등 특정 위험 요인을 겨냥한 정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교통사고 위험은 특정 집단과 유형으로 집중되고 있다. 전체 사고는 줄어들지만 고령자와 보행자, 이륜차 이용자 등 취약 계층에서 사고 치명도가 높아지는 양상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교통안전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 건수 감소를 넘어 사망자 감소를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 운전자 관리, 보행자 중심 도로 설계, 이륜차 안전장비 강화 등 구조적 대책이 요구된다.

경찰청은 고령자 대상 교통안전 교육 확대와 지역 기반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교육과 홍보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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