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2년, 추모 넘어 ‘국가책임’ 부상
이 대통령에 유족들 “진상규명 미완” 호소
서울선 시민 기억식…제도화 요구 재점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기억식과 추모 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추모의 의미가 ‘기억’을 넘어 ‘국가 책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억식에 참석하며 국가 책임을 강조했지만,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진상규명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며 제도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12주기 기억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유가족, 시민 등이 참석해 희생자 304명을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고, 행사 후에는 유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했다. 일부 유가족은 이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반드시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산 기억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현장에 들어오지 못한 시민들은 인근에서 중계 화면을 통해 행사를 지켜보며 애도의 뜻을 이어갔다.
같은 날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 기억식은 보다 직접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진 자리였다. 현장에는 시민들이 빼곡히 모여 노란 리본과 나비 스티커를 달고 추모에 참여했다. 일부 시민들은 ‘나에게 세월호가 남긴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에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 “기억과 연대의 힘” 등의 문장을 직접 적어 들었다.
기억식은 참사가 발생한 당일을 기리는 취지로 오후 4시 16분에 맞춰 시작됐다. 초등학생들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자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어진 발언에서는 추모를 넘어 진상규명 요구가 제기됐다.
4.16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여전히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돼야 과거 참사에 대한 조사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발언에 나서 “유가족의 고통은 작별의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고 호소했다. 세월호와 다른 참사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목소리를 낸 것은 반복되는 재난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대와 지역 시민단체들도 별도의 기억문화제를 열어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학생들은 노란 종이배를 접고 추모 메시지를 남겼으며, 지역 시민들은 거리에서 기억 행사를 이어갔다.
올해 기억식의 특징은 ‘참사 연대’의 확산과 ‘제도 요구’의 전면화이다. 세월호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와 항공기 사고 등 대형 재난이 반복되면서 “사고는 달라도 구조적 원인은 같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 책임 주체 불명확, 사후 조사 지연 등 문제들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재난 대응의 기본 원칙을 국가 책임으로 명확히 하고,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통해 사고 원인과 대응 과정을 상시적으로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처럼 사건별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는 조사 기간과 권한이 제한돼 진상규명이 미완에 그친다는 비판이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이후 안전 규정과 장비는 일부 개선됐지만, 국가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사고 예방뿐 아니라 대응 실패의 책임을 규명하고 이를 재발 방지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세대 변화도 감지된다. 당시 어린 나이였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추모에 참여하며 “이제는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고, 가족 단위 시민들도 함께했다. 세월호가 특정 세대의 기억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문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